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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벤치 in 광주’ 참여 확산 80여명 동참
‘양심 잃은 시민 의식’ 잇단 책 도난 ‘옥의 티’
1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 버스정류장에서 여중생들이 벤치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고 있다. 학생들이 읽고 있는 책은 벤치를 모두가 즐기고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책 읽는 벤치 in 광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광조 광주시 상수도사업본
15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 버스정류장.
시민들이 앉아 있는 정류장 벤치 한 편에는 작은 철가방이 놓여 있었다. 철가방 안에는 시집과 잡지, 수필집 등이 들어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여중생 4~5명이 철가방 뚜껑을 열고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철가방 뚜껑에는 ‘책을 본 다음에 꼭 제자리에 돌려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이 철가방을 벤치에 가져다 놓은 주인공은 ‘책 읽는 벤치 in 광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광조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철가방에 넣어 벤치에 놓아둔 것이다.
시민들 누구나 자신들이 읽거나 산 책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철가방에 넣어둘 수도 있다. 양심으로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는 철가방인 셈이다.
‘책 읽는 벤치 in 광주’ 프로젝트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감하면서 휴식공간인 벤치를 모두가 즐기고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미의 독서운동이다. 전국적으로 광주에서 처음 시도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문화도시 광주의 독서율이 낮다는 보도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독서운동을 확산시키고 책으로 소통하는 광주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책을 철가방 안에 넣어 둔 이유에 대해서는 “책이 비에 젖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이디어를 내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광주 동명중학교 2학년 임소희양은 “버스를 기다리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대부분인데 가끔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며 “다음에는 내가 읽은 책을 가져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심 없는 시민의식’이 옥에 티가 되고 있다.
‘책 읽는 벤치 in 광주’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달이 지난 현재, 벤치지기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82명. 광주지역 대학이나 정류장 등 벤치가 있는 곳에 총 80여개의 ‘책 읽는 벤치’가 설치돼 있는데 누군가 책을 가져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청 앞 등 상무지구 내 ‘책 읽는 벤치’ 3곳에서만 벌써 30권이 넘는 책이 사려졌다. 80여 곳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도난당한 책은 최소 100권이 넘는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책 읽는 고릴라 코디네이터’ 탁아림 씨(25·여·전남대 대학원)는 “인기 있는 책 한두 권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벤치에 놓아둔 책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탁씨는 “‘책 읽는 벤치’는 양심과 소통, 문화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광주 시민들이 양심을 지켜 벤치에서 책이 도난당하는 일이 사라지면 그 공간이 유지될 수 있고 그 공간은 소통의 장이 되고 그것이 확산되면 광주에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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