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하우스 농가 첫 수확 앞두고 ‘상실감’
일부 농가 “이번 피해, 이미 예고돼 있었다” 주장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매결마을 한 방울토마토 하우스 농가에서 농부가 장맛비로 잠긴 하우스의 물을 빼내고 있다.
“애비 따라서 농사(를) 짓겠다고 회사까지 그만두고 온 아들, 며느리의 첫 수확이었는디….”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매결마을에서 방울토마토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위모(76)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4일부터 3일간 광주 지역에 쏟아진 250여㎜의 장맛비에 아들(43) 내외와 함께 지어온 방울토마토 하우스 8개동 0.7㏊(2천여평)가 물에 잠겨 피해를 입었다.
어떻게든 하우스에서 물을 빼내려고 했지만 3일 동안 오락가락하며 갑자기 쏟아 붓는 장맛비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위씨의 하우스는 여전히 정강이 높이까지 물이 차 있었다. 게다가 이날 오후에는 또 한 차례 비 소식이 예보돼 있었다.
아들 내외가 쓸 만한 방울토마토를 골라내 따봤지만 이마저도 10개 중 2~3개는 이미 안에 물이 차고 냄새가 나 상품성이 떨어졌다.
지난 5월 모종을 심은 뒤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었기에 위씨 가족의 상실감은 더했다.
특히 위씨의 아들과 며느리는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짓겠다며 올해 초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농사일을 거들던 터였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 때문에 하우스 전체가 날아가 버린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본 아들의 결단이었다.
위씨는 “뿌리가 물에 잠기면 나무가 썩어버리기 때문에 올해 농사는 망친 거나 다름없다”며 “아들 내외를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위씨의 하우스 바로 옆 이모(67)씨의 메론 하우스 3동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간신히 물은 모두 빼냈지만 이미 물에 잠긴 메론 잎사귀는 썩어가고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메론을 심었다는 이씨는 “답답한 마음이 앞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가들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로 신창동 매결마을 일대 10여 농가가 입은 하우스 작물 피해 등은 위씨 가족처럼 대부분 0.5~1㏊에 달했다. 농가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더욱 크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농가들은 이번 피해가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우스 농가 인근 배수로나 밭두렁에서 흘러내려간 빗물이 인근 영산강 쪽으로 빠져야하는데 이 수문이 비좁아 빗물이 하우스 농가로 역류했다는 것이다. 배수 시설만 잘 갖춰져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농가 임모(60)씨는 “훨씬 지대가 낮은 대촌 등은 배수시설이 잘돼 우리보다 피해가 훨씬 적은 것으로 들었다”며 “매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장맛비로 광주와 전남에서는 2천㏊가 넘는 농경지와 주택 7채가 물에 잠기면서 1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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