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창랑의 물이 맑으니 상쾌한 기운이 살갗에 스며들어 번거롭고 괴로운 마음이 싹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그려…”
13일 오전 광주 동구 무등산 증심사 일주문 계곡.
조선 선비들이 바위 위에 털썩 주저 앉는다. 신발과 버선을 벗어던진 선비들은 갓을 쓴 채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 절로 떠오르는 시조 한수를 읊으며 세상을 이야기 한다. 또 수풀이 우거진 계곡 속에서 선비들은 탁족을 하며 번거롭고 괴로움 마음까지 씻어낸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선비들은 무등산 유람길에 나선다.
이날 무등산 자락에서는 제봉 고경명 선생이 무등산을 유람하며 기술한 ‘유서석록(遊瑞石錄)’이 재현됐다.
‘유서석록’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서석산’으로 불리웠던 무등산을 유람하고 그 기록을 남긴 기행문으로 1574년(선조 7년) 제봉 고경명 선생이 당시 74세의 광주 목사 임훈 일행과 함께 무등산에 올랐던 감상을 기술한 책이다.
16세기 당시의 무등산과 인근의 모습이 자세하게 기록돼 무등산 유람기 중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문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놀이패 ‘신명’의 배우들이 전통 선비복장을 하고 ‘유서석록’의 기록을 재해석해 주요 거점마다 유람 모습을 재연했다.
선비들이 계곡에서 탁족을 하는 모습 부터 장불재로 이동해 바른 세상을 기원하며 무등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조 낭송, 국악 연주에 맞춰 시조창, 무등세상을 기원하는 기원무 등이 기록 그대로 펼쳐졌다.
또 원효사 회암루에서는 강현구 광주시 문화재 전문위원의 사회로 무등산 유산기에 대한 대담도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 5월 모집을 통해 선정된 화가, 사진작가 등 문화예술인 탐방단 20여명이 함께 참가, 현장의 모습을 화폭과 사진에 담았다.
광주문화재단 관계자는 “호남 정신세계의 토대인 무등산이 이번 재연행사를 통해 단순 등산지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 재창작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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