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가운데 '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에 반발한 5·18유족회원 등 5월단체 관계자들이 행사장 입장을 거부하고 민주의 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곳곳서 울려퍼져
5·18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이 열린 국립5·18민주묘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뒤덮였다. 오월단체 소속 회원, 시민, 정당인 등 누구랄 것 없이 목을 놓아 ‘임을’ 외쳤다.
특히 5·18유가족회 등 오월단체 회원들은 민주의 문 앞 광장에 앉아 50여분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또 불렀다. 아울러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5·18 옛 묘역에서도 오월 열사들을 위로하는 또 하나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진보연대 등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념식이 진행되는 같은 시간 광주 북구 망월동 5·18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대회’를 개최했다.
제창 대회에는 민주당 오병윤 국회의원과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 참배객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이 노래를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정부의 5·18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비판했다.
○…“오월단체 대동단결 촉구”
신경진 5·18부상자회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오월단체의 대동단결을 촉구했다.
신 회장은 오월단체 소속 회원 50여명이 민주의 문 앞 광장에 앉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이들 앞에 서서 “전날 단체간 불협화음이 있었다”며 “5·18의 왜곡과 폄하가 난무하는 이 시점에 똘똘뭉쳐 이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에 단체 회원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진보단체·경찰 충돌
5·18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정문 앞에서 진보단체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날 오전 8시께 통합진보당과 광주전남진보연대 소속 100여명이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경찰과 10여분 간 대치했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기념식 제창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17시간 동안 철야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이 방송차량을 이용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속적으로 방송하자 이를 제지하다가 충돌이 빚어졌다. 충돌로 정문 출입이 차단돼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달빛동맹’ 재확인
김범일 대구시장과 대구시의회 이재술 의장 일행이 광주시의회 의원들과 함께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들은 양 도시간 공동발전과 번영을 위해 체결한 대구-광주시의회 상호교류협약에 따라 같은 날 광주 북구 운정동을 찾아 동맹(?)을 과시했다.
강운태 시장도 민주의 문 앞에서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념식에 참석해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광주시의회 의원들은 민주의 문 앞까지만 이들을 안내했다. 전날 방침에 따라 기념식에는 불참했다. 대신 망월동 옛 묘역을 참배했다.
○…망월동 옛 묘역도 북적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의 여파인지 국립5·18민주묘지와 지척의 거리에 있는 망월동 옛 묘역도 참배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기념식 참석을 거부한 진보 계열의 정당과 단체, 대학생 등의 인원이 많았다.
특히 용산 참사 관계자가 참배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일행과 함께 망월묘역을 찾아헌화·분향한 뒤 민주열사들의 넋을 위로했다.
○…기념식서 일부 소란행위도
5·18 33주년 기념식서 구호를 외치려던 참배객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소란행위를 막기위해 이들을 곧바로 연행, 기념식장 밖으로 데리고 나온 뒤 간단한 조사와 함께 훈방 조치했다.
경찰은 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3천∼4천명에 이르는 경찰력을 민주묘지와 일대에 배치했다. 경찰은 더이상의 충돌이나 소란행위가 없어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대형스크린 인기 톡톡
5·18 33주년 기념식장에 출입할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해 설치된 민주묘지 내 대형스크린이 일반 참배객들에게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기념식 장면을 보며 그 날의 아픔을 함께 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속 33주년 기념식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대형스크린 앞과 주변에는 400여명의 참배객들이 자리를 메웠다.
○…기념식뒤 참배객 줄이어
33주년 기념식이 끝난 오후 시각대 전국 각지에서 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특히 대학생 그룹과 휴일을 맞아 오월을 찾은 가족단위 참배객이 많았다. 이들은 민주묘지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미처 알지 못했던 80년 오월의 진실을 깨닫기도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족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았다’는 한 40대 여성은 “4시간에 걸친 운행 끝에 민주묘지에 도착했다”며 “묘비의 사연을 읽던 중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찾기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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