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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2012년05월09일(Wed)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지난 4월 12일 섬진강 벚꽃 터널을 구경하였다. 석곡을 거쳐 압록을 돌아 간전면을 지나 구례를 통과하여 하동으로 이어지는 벚꽃 터널 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섬진강의 모래사장과 오리 떼들 그리고 매화꽃과 배꽃까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고기잡이배와 재첩 잡는 배들의 움직임은 생동감을 더해줬다. 하동 신방촌 재첩식당에서 재첩회와 국물로 식사를 하고 올라오면서도 자연이 펼치는 장관에 넋을 잃고 아름답다는 말만 연발하고 왔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의 서비스를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들 중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많다. 첫사랑이나 진정한 우정도 돈으로 살 수 없다. 훈훈한 시골 인심도 돈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요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인심이 각박해지고 돈만 아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아니, 아는 차원을 넘어서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침 신문에서 저축은행 대표가 200억 이상을 해외로 빼돌리고 몰래 출국하려다 붙잡힌 기사를 보면서 ‘돈을 위해서라면 별 짓을 다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종 상업성 광고와 돈을 벌기 위한 부패와 불법이 떠올랐다. 그 위로 돈에 연루되어 구속 수감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돈에 목을 매고 돈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 버린 형국이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돈이 행복을 다 주지 못한다. 생각이 매우 번잡할 때 마침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센델 교수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미국답다.
지금 미국에서는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한다. 일부 도시의 교도소에서는 1박에 82달러를 내면 깨끗하고 조용한 개인감방으로 업그레이드해 준다.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50만 달러를 투자해 1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외국인은 미국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개인 진료를 해주는 의사는 연 1천500달러를 내면 자신의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할리우드의 갱스터 영화를 보면, 평소 잘 아는 고급 레스토랑 웨이터의 주머니에 지폐를 찔러 넣어준 뒤 뒷문을 통해 좋은 자리를 안내받는 마피아의 모습이 나오곤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 같은 새치기 권리를 미국은 공공연히 팔고 있다. 추가 비용을 내면 공항 보안 검색대를 우선 통과하게 해 주고, 일반 입장료의 두 배를 내면 테마파크 놀이기구의 맨 앞줄에 설 수 있다.
아예 ‘라인 스텐더’라는 직업까지 생겼는데 이는 참가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수용공간은 한정된 행사 즉, 무료 야외공연이나 의회 공청회 등을 위해 일정액을 받고 미리 줄을 서 주는 사람을 말한다. 로비스트는 라인 스텐더 대행사에 1천달러 가량을 내고 방청권을 산다. 결과적으로 시민단체 사람들은 로비스트에게 밀려 공청회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집단의 행복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허용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자들의 입장과는 달리 하버드 대학교 샌델 교수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새치기 시장이 활성화되면 공공의 축제여야 할 행사가 사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 때문에 ‘부패’라고 표현한다.
여기서의 부패란 뇌물 불법 거래 등의 좁은 뜻을 넘어 어떤 재화나 사회 관행의 평판을 깎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게 만드는 일을 뜻한다. 월마트, 월트디즈니, AT&T 등 미국의 유명 대기업들은 직원의 동의없이 그들의 생명보험을 들어둔다고 한다. 이 보험은 ‘청소부 보험’이라고 불리는데 직원이 사망하면 회사는 그에 해당하는 거액의 보험금을 받는다. 가제트 눈이 될 일이다.
더 있다. 나홀로 운전자가 카풀차가 다니는 도로 이용하기는 8달러,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는 6천250달러, 멸종위기에 놓인 검은 코뿔소 사냥 권리는 15만 달러,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는 1톤에 13유로, 자녀의 명문대 입학허가는 주는 대로, 이마나 신체 일부를 임대하여 상업광고 게재하기는 777달러, 제약회사의 약물 안정성 실험 대상되기 7천500달러, 민간 군사기업에 고용되어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가하기는 매달 250달러에서 매일 1천 달러, 비만 4개월만에 체중 6킬로그램 감량은 378달러 등 수없이 많다. 30년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이다.
우리는 시장지상주의 시대, 거래 만능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도구로써 받아들이지 않고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시장사회’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의 불공정이 고착화되고 공동체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대체하는 부패가 만연한 우리 시장 경제에 미국의 사례는 많은 생각 거리를 제공한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들을 더 이상 돈으로 사려 하지 말자. 지금까지 우리는 돈은 좀 적었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아왔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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