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 모여 나의 장례를 거행하라” 전국을 순회하던 시황제는 시황 37년 7월 서늘한 수레 안에서 이미 반죽음 상태에서 이 말을 쓰게 하고는 숨을 거두었다. 권력의 핵심부에서 살아 본 조고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의 머리는 전광석화처럼 돌아갔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일을 모의하게 된다. 일차로 호해를 꼬드기기로 마음먹는다.
조고는 유조를 들고 호해를 찾아가서 “부소가 함양에 도착해서 황제에 오르게 되면 공자께서는 봉지를 전혀 받지 못하게 될 텐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하고 호해의 진의를 떠 본 후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을 유리하게 말하면서 설득한다. 그리고 아우가 황위를 잇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역사적 사실을 들어 두려움과 자신감을 동시에 주면서 기로에 서게 한다. 호해가 승낙을 하자 승상이 문제라고 걱정하는 호해를 안심시키고 이사를 찾아가서 모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사는 “간이 부었구려. 이게 무슨 말이오? 당신은 신하된 자로 어떻게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단 말이오?” 하면서 조고를 꾸짖는다. 그렇지만 조고가 한 수 위였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조고는 몽염과 이사를 비교하면서 이사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역사에서 왕권이 바뀌어서 승상이 그 지위를 이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못을 박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후 조고와 이사 그리고 호해는 조서를 위조하고 부소와 몽염의 자살을 명한다. 이것이 사구의 정변이다.
돌아와 장례를 치르고 황제의 즉위식을 올린 후 조고는 낭중령에 임명되어 항시 궁중에서 황제를 모시도록 했다. 이로써 조고는 조정 대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조고는 황실의 모든 종친을 제거했으며 특히 진시황의 12공자와 열 명의 공주를 사형에 처했다. 조고의 모함으로 이사는 죽임을 당했고, 제국의 명맥을 지탱하던 몽염, 장함 등이 죽자 진나라는 멸망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갔다. 그리고 진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조고도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중국 최초 여황제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측천무후는 좀 색다른 유지를 남긴다. “황제의 칭호를 없애고 측천순성황후라고 칭하라. 그리고 고종황제의 건릉에 함께 묻어 달라. 능묘 앞에 비석 하나를 세우는데, 비석에는 아무 글자도 새기지 말고 공과는 후대 사람들이 평가하도록 하라” 신룡 원년(706년) 12월 16일 여든 두 살의 측천무후는 곧 숨이 넘어가려 하면서 위와 같은 유언을 남겼다.
잠깐 앞으로 가서 705년 1월 20일 중병으로 침상에 20여 일간 누워 있던 측천무후는 시끄러운 고함 소리에 깨어났다. 이 때 그녀의 나이는 이미 여든 한 살이었다. 한 무리의 군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장간지였다. 장간지는 측천무후의 측근을 죽이고 이현과 함께 혁명을 일으켜 양위를 재촉하였다. 중임을 태자에게 맡긴다는 말을 남기고 병석에 누운 지 263일 만에 위와 같은 유언을 남기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역사적으로 볼 대 측천무후는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황위 계승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씨로 결심을 하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자기가 등용한 장간지의 손에 축출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당시 당나라의 인구는 3천 7백 14만 명이었는데 인구의 증가는 나라의 발전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후 위황후가 섭정을 하면서 황제에 오르려는 것을 이융기가 궁으로 쳐들어가 위황후와 안락공주를 죽임으로써 당나라는 점차 광명의 빛을 찾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당 현종이다.
한고조는 ‘유씨가 아닌 자가 왕이 되려 한다면 천하가 함께 그를 공격하라’는 말을 남겼다. 한나라 무제는 큰 아들에게 ‘막내 아들인 불릉을 황제로 세우고 너는 주공이 되어라’ 했고, 촉나라 유비는 제갈공명에게 유선을 잘 보좌하라면서도 ‘재주가 없으면 그대가 황제 자리를 취하라’고 했다. 송나라 태조는 ‘짐의 아우 진왕은 운구 앞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고 했고, 당나라 태종은 장손무기에게 ‘짐은 공들에게 대사를 맡기노라. 태자가 어질고 효성스러운 것은 공들도 잘 아는 바이니 그를 잘 보좌해 달라’고 유언했다.
황제 그들은 하늘의 자식, 천자였다. 황제는 죽어서도 인간 세상을 구원하고자 했다. 그들도 죽음 앞에서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고 죽음을 매우 두려워했으나 어느 황제의 유언을 봐도 자신을 구세주로 여겼다. 하지만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황제의 유언에서 우리는 오늘을 사는 지혜를 하나 더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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