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평생에 걸쳐 수집한 시문학 관련 도서 수천 권을 강진군에 기증한 도남 정종준 선생(75·광주시 남구·사진)은 오직 후학 양성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
칠량면 학동 출신인 도남 선생은 1970년대부터 40여년 간 전국 고서점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시문학 관련 도서 4천148권을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 생가 인근에 건립중인 시문학파기념관에 기증했다.
도남 선생이 도서기증을 결심한 이유는 문학유파로서는 한국 문단 사상 최초로 건립되는 시문학파기념관 건립 소식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증된 도서중에는 1924년판 변영로의 ‘조선의 마음’을 비롯해 노자영의 ‘내 혼이 불탈 때(1928)’, 김광균의 ‘와사등(1945)’, 노천명의 ‘창변(1945)’, 청록파 시인의 ‘청록집(1946)’ 등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시집류 3천131권이 포함됐다.
특히, ‘현대문학’ 창간호(1957)와 ‘현대시학’ 창간호(1966), ‘문학사상’ 창간호(1972) 등 문학사적으로 소장 가치가 높은 문예지류 767권도 포함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남 선생은 “한국 문단사에 큰 획을 그은 ‘시문학파’ 시인들의 작품세계와 숭고한 문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시문학파기념관 건립 소식을 접하고 몹시 가슴이 설랬다”며 “시문학파기념관은 강진군민의 자긍심을 넘어 ‘대한민국 시문학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기증한 도서를 밑천으로 ‘근대 시문학의 거성’ 영랑 시인의 시정신과 민족애를 이어받는 21세기 시문학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1934년 칠량에서 태어난 도남 선생은 광주사범을 거쳐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20여년 간 초등교사로 봉직하다가 1980년대 초반 사직,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사업가로 활동했다. <강진=홍택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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