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혁명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외치고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과 노예해방을 위한 남북전쟁 그리고 프랑스 혁명과 우리나라에서는 4.19혁명 6월 항쟁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비록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피를 흘러 민주주의를 획득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지키는 국민이 민주시민으로서 도덕적 품성을 갖추게 될 때까지는 민주주의는 단 한 발짝도 전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폭력 혁명이 직접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 준 예는 없다. 지난 1789년 프랑스 혁명이 바스티유 감옥을 부수고 루이 16세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지만 이것이 가져온 것은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라 나폴레옹의 침략전쟁과 그의 황제취임이었다.
지난 4.19가 가져온 것도 30년만의 군사정권이었다. 6월 항쟁도 민주주의를 이 땅에 뿌리 내리게 하고 꽃피게 하지는 못했다. 권리 요구 홍수사태가 화염병과 쇠 파이프 각목을 들고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집단 폭력 이기주의가 난무하여 극도로 사회 혼란을 야기시켰고 그러므로 민주 질서가 파괴되어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피를 흘리는 항쟁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정책경쟁과 토론을 통하여 의회 민주주의적 보통 비밀 평등선거권이 확대됨으로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민주주의는 유혈혁명으로 갑자기 하루아침에 꽃피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자라듯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점진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나무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나무가 서서히 성장하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도 한 발짝 한 발짝 나무가 자라듯이 성장한 것이다. 단지 우리 국민의 기질 상 그런 점진적 성장을 참고 기다린다는 것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성급해도 아침에 씨 뿌리고 저녁에 거둘 수 없듯이 민주주의는 성급하게 서둔다고 해서 바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폭력혁명으로 하루아침에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고 선전하는 것은 직업 혁명가들의 선동에 불과한 것이다. 원래 폭력은 야만사회이고 질서는 문명사회를 이루는 터전이 된다. 마르크스 추종자들은 폭력만이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폭력을 과학화 할뿐만 아니라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폭력으로는 문명사회를 유지할 수 없고 인간을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사회를 행복의 보금자리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인류의 문명과 역사가 폭력으로부터 해방되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발전되어 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명은 질서에서부터 시작되고 야만은 폭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가장 값진 가치로 인정하는 민주주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는 것은 억지요 과장인 것이다.
폭력이 정당화 할 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정부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에 대한 탄압과 폭정으로 이어 간다면 그 정부에 대하여 국민이 폭력으로 봉기하여 항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라고 민주주의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이러한 폭력의 정당성을 무시하고 폭력혁명이 마치 민주주의 보편적 특권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의 극치는 평화를 해치는 전쟁이다.
전쟁은 그 목적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정의와 권리를 위한 것이라도 전쟁을 하다보면 전쟁 노리 그 자체에 빠져들고 만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적국의 많은 산업 시설을 파괴하고 적군을 사살하지 않고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 미국이 원자폭탄을 개발하여 많은 일본인을 살상하고 월남전에서 고엽제를 사용 했다는 것은 전쟁논리가 얼마나 참혹하고 비인간적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한 행동양식은 미국이란 나라의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비정한 논리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오늘 이 시간까지도 추호도 변함없이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의의 전쟁이었다고 거짓 선전하는 것은 수많은 동족을 살상케한 비정한 잔인성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민족의 양심으로 조금도 회게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분단 민족으로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평화를 해치는 것이고 폭력은 야만사회를 그리고 질서는 문명사회를 민주주의는 폭력의 피로서 이룬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비폭력으로 이루어 낸 값비싼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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