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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형(茶兄)문학제 성황 |
2010년11월23일(Tue) |
| 이준구<주필, 시인> |
계간지 신문학을 발행해 향토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김현승 시인의 삶과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2010 다형문학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고무적 현상이다. 故김현승 시인 기념사업회(회장 송광은 전남대 명예교수) 주최로 16일 광주남구종합문예회관에서 열린 이번 문학제는 다형이 광주를 노래한 시 ‘산줄기에 올라’를 광주시립국극단장 송순섭 명창이 직접 판소리로 부르는 등 다양한 행사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시의 하나인 ‘가을의 기도’를 소프라노 구성희씨(호남신학대 겸임교수)가 불렀으며, 시낭송가협회 회원들에 의해 그의 시를 낭송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우리는 이에 대해 만강의 사의를 표한다.
또 그의 작품세계와 문학사적 위상을 조명해 보는 학술발표가 진행됐다. 서울대 교수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오세영 시인과 광주대 문예창작과 이은봉 교수가 주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특히 다형의 막내딸인 김순배씨(한세대 겸임교수)가 존경하는 아버지에 대한 회고와 함께 주옥같은 작품을 길어 올렸던 시인의 생활 주변과 일상사, 그리고 당시 문인들과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야말로 우리 문인(文人)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선생은 정말 훌륭한 기독교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로써 ‘원죄의식(原罪意識)’을 나타내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기도 했다고 본다. 따라서 선생은 천국에 가셨으리라고 믿는다.
다음에 시를 들어가면서 논하고자 한다. 선생은 빛고을 광주의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미션계의 숭일학교를 나와 숭실전문 문과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
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
고
열매를 맺게 하는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선생의 말씀을 다음에 옮겨보자.
“이 시의 기저(基底)에는 기독교 정신이 깔려 있다. 이 시는 내가 그렇게도 아끼던 나의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애통하던 중 어느 날 문득 얻어진 시다.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려고, 그러한 심정으로 썼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오직 썩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 흘리는 눈물뿐일 것이다’라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는 눈물을 좋아하는 나의 타고난 기질에도 잘 맞는다.”
우리는 선생의 이 말씀만 읽어보아도 ‘원죄의식’이 시 속에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기독교 시를 조감(鳥瞰)해 보자. 기독교 시는 필연적으로 역설로 되어 있다. 기독교 시에서 역설의 방법은 은총의 미학이 가장 공통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소외와 복귀의 얘기는 묵시적 환상과 원죄의식을 양극점으로 하나의 원환(圓環)을 이루고 있다.
박두진의 시 ‘오도(午禱)’는 죽음의 영겁에 떠는 영혼이 골고다의 죽음의 조건을 거쳐 재생하는 은총의 얘기다. 박두진에서 개인적 체험이 역사적 성격으로 승화됐다.
김현승의 일련(一連)적 ‘고독(孤獨)’의 시편들은 원죄의 교의(敎義)에 대한 기술적 등가물(等價物)을 제시한 것이다. 인간 모순의 절대적 형태로서의 고독은 윤리적으로 아담의 타락의 상흔을 의미한다.
이 시편들이 지닌 아이로니한 상황은 원죄의 문맥 속에서만 겸허의 은총에 도달케 하는 것이고, 아이로니의 기능이 지닌 미적(美的) 우월감이 무량(無量)한 윤리적인 은총을 시현(示現)할 수 있는 것이다.
시집 ‘절대고독(絶對孤獨)’의 일부(一部)와 이부(二部)는 원환의 체계를 이룬 긍정과 부정의 변증법이다.
기독교 시의 수사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기독교 시에서는 당착법(撞着法·oxymoron)을 쓰고 있다. 이것은 역설, 남유(濫喩)와 함께 ‘바로끄’ 시대의 특정적인 비유인 동시에 기독교적이고 신비적이고 다원론적인 비유다.
간단히 말하면 당착어법은 하나의 표현 속에서 외관상 서로 모순 되는 요소를 결합하는 비유다. 즉 응축된 역설의 형식이다.
이것은 사회적 혼란의 시대에 있어서는 치유적인 방법으로 특히 유효한 것이다. 이 치유적인 융합의 방법으로서의 당착어법은 인간에 대한 실존적인 추구에서도 동일하게 유효하다.
신(神)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神)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는다.
(김현승, ‘고독의 끝’ 4연)
이러한 실존론적 표현은 현대의 탐구로서 탕자의 탐구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인간실존의 소외(疎外)와 복귀(復歸)의 필수성의 이야기에 틀림없다.
어쨌든 선생은 훌륭한 기독교 시인이다. 따라서 선생의 시 ‘가을의 기도’는 이땅에 영원히 남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김현승 시인 기념사업회 당국은 매년 문학제를 거행,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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