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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시조문학회 백일장론 |
2010년11월09일(Tue) |
| 이준구<주필, 시인> |
우리나라 전통시로 유명한 호남시조문학회(회장 김옥중)는 지난 10월 31일 화순풍류문화 큰잔치 마당인 화순군 하니움스포츠센터 문화광장에서 전남문예진흥재단과 화순문화원 후원으로 영벽정(映碧亭), 화순고인돌군 등의 시제를 내걸고 참가인원 30여명이 모여든 가운데 ‘시조백일장’을 열었다. 장원·차상·차하 등을 뽑았다. 하지만 지면 관계로 다음에 ‘장원’ 한 편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벽정(映碧亭)
남기현
구슬 꿰듯 이은 봉이
저 푸른 강에 어려
거울처럼 맑게 흘러
그 이름 영벽이라
강기슭
날아 앉 듯이
날개 접는 강정(江亭)이여!
비단골 능선 둘레
비봉산 휘어들고
문향으로 향기롭던
죽수서원 얼 싣고
용암산
굽어 보는 아래
도사리고 앉아 있다.
큰 새가 바람 거슬러
마구 날아 오르듯
낙향한 선비 뜻 밝힌
잔잔한 그 충담들
영벽정
꿈틀대는 묵향
은은히 맴돈다.
이 시조는 형식상 구성에서 3장 6구를 내용상 구성에서 기(起)·승(承)·전(轉)·결(結)을 잘 지켰다. 이것이 시조다운 시조로 인정된 점이다.
그리고 시상(詩想)에서 회고조지만 옛 선비의 충성을 나타냈다. 가상하다. 시조는 자고로 충효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또 정자를 보고 새가 날개 접는다고 표현한 것은 활유법(活喩法)으로서 훌륭한 기교라 하겠다. 따라서 이 시조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또 한 분의 시조 시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 왜 ‘시조 백일장’을 개최하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우리 한국의 사회적 정서 불안이 다음과 같이 나쁘기 때문이다.
자살률 세계 최고와 출산율 세계 최저를 유일하게 동시에 기록한 끔찍한 지표를 포함해 비정규직, 여성 권한, 자영업 비중과 폐업, 노동시간, 사교육 비중과 비율·격차, 부모 지위와 부의 세습 정도, 부동산 불평등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몇 배 더 나쁘다.
인간적 눈물과 고통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간적 지표들의 이 놀라운 공통성과 일관성은 한국 사회의 반인간성과 반생명성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칸트는 일찍이 “국가의 번영은 국민들의 불행과 병행해 커가고 있다”는 잠언을 남겼다. 우리는 이제 ‘국가적 기적’을 자랑하기보다 ‘국민적 재앙’을 위로하고 치료해야 한다.
우리는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시조 짓기를 통해 정서를 순화해야 한다. 시조는 우리의 전통시로서 본래 인생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부모에게 효도를 하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조 창작을 통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만한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시조 짓기 운동으로써 자살자를 미연 방지해야 한다. 시조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기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조시인들은 전통시로서 그 몫을 다하고, ‘오늘의 시’로서 작품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시 태도와 방법상에 있어 변화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고 본다.
첫째, 주제 의식을 확대하는 일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영탄적 정서를 지양하고 실존의 의미와 현실적인 삶의 정서를 노래해야 한다. 현실의식과 현대적 감각이 없는 시조란 현대시조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소재를 확충하는 일이다. 산수(山水)경물만이 시의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사물·현상들이 모두 시조의 재료가 되는 것이며 체험적 사실이 시조의 소재로 선택됨으로써 사실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상상력을 확대하는 일이다. 시조는 전통적으로 감성적 상상력에 의존해 왔다. 그로 인해 사상성(思想性)의 단순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사물 또는 생명의 본질적 의미를 형상화해 가기 위해서는 논리적 상상력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른바 “일신 우 일신(日新又日新)”이 그것이다.
우리는 시조를 ‘민족시’ 또는 ‘애국시’라고 명명(命名)해야 한다. 시조 속에는 충효적(忠孝的)인 것이 많기 때문이다.
호남시조문학회 당국은 백일장을 통해 ‘신인(新人)’을 발굴함으로써 회원 보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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