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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도 달래고, 돈도 벌어요” |
2010년11월08일(Mon) |
[담양서 ‘필리핀 슈퍼’ 운영 이주여성 루 솔라노씨]
구멍가게 불구 ‘필리핀사랑방’ 역할 자처
식료품·생필품은 물론 전통음식도 판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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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에서 ‘필리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루비 솔라노씨(41·사진 맨오른쪽). 10㎡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구멍가게지만 고향의 식료품은 물론 원할 경우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어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들 사이에선 아늑한 사랑방으로 통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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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구멍가게지만 향수도 달래고, 돈도 벌어 좋아요”
전남 담양에서 ‘필리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루비 솔라노씨(41). 그녀는 자신의 가게를 스스럼없이 ‘필리핀 사랑방’이라고 말한다.
10㎡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구멍가게지만, 고향의 식료품은 물론 원할 경우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어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들 사이에선 아늑한 사랑방으로 통한다고 한다.
필리핀산 식초와 간장, 토마토소스, 후추는 물론 콘, 초콜릿, 코코아 등 왠만한 먹거리는 다 갖췄다. ‘스카이 플레이크’와 ‘프레스토 그린스’ 등 고향에서 늘 즐겨먹던 간식거리도 진열대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만나서 얘기하고 향수를 달래다보니 언제부턴가 간단한 요리도 하게 됐다.
돼지고기와 오징어, 야채 등을 식초, 후추, 마늘, 소금으로 양념해 익힌 필리핀의 대표적인 요리인 아도봉(adobong)를 비롯해 필리핀 라면인 판싯 깐톤(Pancit Canton), 한국의 갈비탕과도 같은 불라로(Bulalo), 숭어요리인 방구스(bangus) 등 먹음직스런 메뉴도 10여가지에 이른다.
여기에 필리핀 원어로 포장된 화장품에 샴푸, 파우더, 비누까지 영락없는 필리핀 시골 가게의 모습 그대로다.
솔라노씨가 가게 문을 연 것은 지난 8월. 8, 7, 6살난 세 딸을 보육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소박한 바람에서 일을 벌였다. 친동생처럼 지내오던 리사씨(40·여·담양 학동·한국명 이지은)가 수백만원을 보탰다.
두 달 가량 동업하다 지난 달부터 솔라노씨가 혼자 운영중이다.
개업한 지 100일이 다 되가지만 수익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담양에 사는 이주여성 190여명 가운데 필리핀 출신은 20명 남짓에 불과한데다 가게가 너무 협소해서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다.
솔라노씨는 “평일보다는 주말에 삼삼오오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수익은 많지 않다”며 “서울에서 물건을 사오고 가게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건 10만~2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옷과 가방도 팔고 싶지만 가게 확장은 그래선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고향에 두고온 가족에 대한 애틋함은 여전하다. 넉넉치 않은 살림이지만 한푼 두푼 모아 매년 크리스마스 때와 친정 부모님과 동생들 생일 때면 적은 돈이나마 송금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8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홍콩에서 일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그녀는 “내년이 결혼 10년째”라며 “부지런히 벌어 남편, 세 딸과 함께 고향에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담양=국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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