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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 소고기 |
2010년09월01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우리는 ‘미국산 소고기’하면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풀을 뜯는 것을 연상한다. 화면을 통해 그런 장면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인데 지금은 ‘집중가축사육시설’에서 자라는 많은 소가 질펀한 소똥 위에서 옥수수로 된 사료를 먹고 자란다.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분투기’ 속으로 들어가 실상을 알아보자.
먼저 수송아지들은 왜 풀 대신 옥수수를 먹어야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한가롭게 목장에서 풀을 뜯겨 키우면 1천100파운드의 소가 되는데 5년이 걸린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옥수수와 식품보조제, 그리고 약물을 주면 15개월 정도면 그 정도로 큰다. 탐욕에 눈이 어두운 인간은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다.
또 암소의 경우 빨리 새끼를 배게 하고 송아지의 사육장 삶을 준비시키기 위해서 빨리 새끼를 떼어 낸다. 그리고 약간의 적응 기간을 거쳐 전혀 새로운 음식을 먹인다.
사육장 한가운데는 사료 분쇄소가 있다. 3만7천 마리의 소를 위한 하루 세끼 식사가 컴퓨터에 의해 계획 생산되는 곳이다. 날마다 100만 파운드의 사료가 분쇄소를 통과한다. 옥수수에 액화지방을 넣는다. 액화지방은 보통 인근 도살장의 소고기의 지방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므로 단백질 보충물을 넣는다. 단백질 보충물은 당밀과 요소로 만든다. 액상 비타민도 넣는다. 여기에 건초와 사일리지 등을 기계적으로 혼합하여 사료가 된다.
소는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 32파운드씩을 매일 먹고 자란다. 32파운드는 24파운드의 옥수수와 8파운드의 다른 것들이다. 그러면 이걸 먹는 소는 괜찮은가? 전혀 괜찮지 않다. 소와 풀은 수 천년동안 공생하며 살아왔다. 풀의 씨를 퍼뜨리고, 발굽으로 심어주고, 배설물로 비료를 주면서 서로 도우며 살아왔다.
소의 반추위는 25갤런의 발효탱크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소가 먹은 옥수수는 위 안에서 가스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로 인해 소는 ‘고창증’이라는 병에 걸린다. 또한 옥수수 사료는 소에게 ‘산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반추위에 너무 산도가 높아 생기는 병이다.
이런 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인간에게도 치명적이다. 소고기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 온 세균은 죽지 않는다. 소는 궤양, 간질환, 폐렴, 사육장 소아마비 같은 병에 시달리게 되는데, 여기에 인간은 새로운 처방을 한다. 소에게 항생물질을 투여하는 것이다. 안 먹어도 되는 항생물질을 소는 먹는다. 공장농장에서 길러지며 옥수수를 먹은 결과다. 여기에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몸 안의 세균들이 항생물질에 반응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슈퍼박테리아를 배양한 셈이 된다.
미국의 농부는 1년에 8천만 에이커의 농지에 130억 부셸의 옥수수를 생산한다. 1부셸의 옥수수는 9만 개의 옥수수 낱알이며, 27.2킬로그램이다. 전 생산량의 50%가 1억 마리 고기소의 먹이가 되며, 20%정도는 수출이 된다.
여기서 잠깐 의문이 생긴다. 그럼 미국의 농부는 잘 사는가? 잘 살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농부들이 어째서 파산지경에 내몰리는걸까? 그것은 가격이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1부셀에 소요되는 비용은 2.50달러인데 대형곡물창고에서는 1.45달러 밖에 주지 않는다. 1달러 이상의 손해는 정부에서 보조를 해 준다.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미국의 슈퍼마켓에는 약 4만5천개의 물품이 있고, 이 중 4분의 1이 옥수수를 함유하고 있다. 옥수수가 모든 작물을 몰아내고 심지어는 인간까지도 몰아내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값비싼 음식의 총아로 되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3억 명의 농부가 200만 명으로 줄었고 1인당 140명을 먹일 음식을 생산한다. 옥수수가 성공한 요인은 여러 가지인데, 위기를 맞았을 때 전쟁 때 남은 화약으로 비료를 만든 것이 생산 양을 늘이는데 기여했고,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나오면서 1에이커당 3만 개의 옥수수를 심을 수 있어 생산량이 5배 이상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농부들은 옥수수 가격이 폭락하자 소나 돼지, 닭에게 옥수수를 먹이는 것이 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사육장이 생기고, 옛날의 것은 다 사라졌다. 정부는 1947년부터 농부를 도왔고, 대형곡물회사들이 영향력을 발휘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 버린다. 그 결과 ‘아트라진’이나 ‘메톨라클로르로’ 같은 독성 농약을 사용하여 환경은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됐으며 인간과 자연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제 인류는 가공식품의 홍수 속에 살며 더 많이 먹고, 옥수수를 먹고 생긴 비만으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현대병에 노출되어 있다.
옥수수는 지금까지 인간에게 유용한 특성을 통해 성공과 번영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특징을 이용해 또 다른 성공에 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자연은 거역할 때 우리에게 재앙을 준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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