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부터 현재까지 인류와 함께 해온 ‘불’. 인류 문명은 불과 함께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불의 이로움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명의 동반자 불이 화마로 돌변하는 순간 우리에게는 큰 재앙으로 다가왔었다.
2009년 11월 부산실내사격장 화재 16명 사상자 발생, 2002년 1월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 14명 사망자 발생, 1999년 10월 인천히트노래방 화재 137명의 사상자 발생 등 지금도 화재로 인한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화마의 재앙은 우리 모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겨왔다.
화재는 실화, 방화 또는 번개 등과 같이 우리들 일상에서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불이 화재로, 화재에서 재앙으로 전개되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재앙의 악순환 연결고리를 끊을 해치(해태-화재나 재앙을 막는 신비한 동물)는 어디에 있을까?
화재시 대부분의 사망 원인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화재가 발생하면 심리적 통제 불능 상태인 패닉현상(panic) 또는 공황상태에 빠져 내부구조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도 탈출로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어둠속에서 유독가스와 화염을 피해 자신의 생명을 지키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해서 믿을 건 오직 생명의 문 비상구 뿐이다. 하지만 비상구에 각종 장해물이 있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잠겨 있다면 화마의 상처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소방관서에서 비상구 개방을 위한 행정지도와 단속, 과태료 부과 등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상구 상시개방이라는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어왔다.
이에 정부에서는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국민을 안전관리의 주체로 참여 시키는 비상구 신고포상제(비파라치)를 강도 높게 추진하여 이번 기회에 잠겨있는 비상구의 안전빗장을 개방해 우리 모두에게 돌려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파라치제도가 그렇지 않아도 많은 신고포상제에 한몫을 더해 전문 신고꾼 양산과 사회불신조장 등의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도 있지만 안전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예외일 수 없기에 강화된 소방규제로 제대로 된 비상구 관리가 이루어져 소중한 인명피해를 저감할 수 있다면 이보다 큰 소득은 없을 것이다.
원수근화(遠水近火: 먼 곳에 있는 물로는 가까운 곳에 있는 불을 끌 수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화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나에게’ ‘우리업소에’ 하는 안이함과 오만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게 된다.
비상구 개방의 작은 실천이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를 줄이고, 재앙에서 벗어나 안전선진일류 국가로 진입하는 큰 물결을 일으켜 2015년까지 안전사고 사망률을 OECD 국가의 15위 이내 달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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