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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미네이터 기술 |
2012년08월09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불량종자 납품비리 적발....여당 의원 연루 수사’ 경향신문 8월 2일자에는 수확한 지 오래돼서 싹이 잘 나지 않는 불량종자를 외국 정부가 보증한 우수종자인 것처럼 속여 수입한 수입업자들, 그리고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 준 농수산식품부 공무원과 농협 직원 등 9명이 적발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브로커로부터 현직 여당 국회의원 측에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는 순간, 국민의 건강은 생각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돈만 벌려고 하는 악덕 수입업자들이 떠오르면서 ‘씨앗 전쟁’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는 씨앗 전쟁 중이다.
어렸을 때는 농사에 필요한 종자를 보관했다가 꺼내 쓰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가 참 어렵게 되었다. 1911년까지만 해도 농부들이 모은 씨앗은 1400여 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이 토종 씨앗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대신에 외국에서 10ml당 10만 원의 비싼 값을 치루고 사들인 정체불명의 씨앗들이 한국의 농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그것은 미국의 ‘몬산토’, 스위스의 ‘신젠타’ 같은 거대 씨앗 회사들이 전 세계의 씨앗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무려 45조 원이 넘는 세계 씨앗 시장. 이 회사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어 자신들의 씨앗을 전 세계에 광고하고 있다. 이제 세계의 많은 나라 농부들이 농작물을 키우려면 이런 씨앗 회사에서 팔고 있는 씨앗을 사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많은 나라의 농부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빚을 지면서까지 거대 씨앗 회사의 제품을 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거대 씨앗 회사의 씨앗이 결코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앗들은 한 번 열매를 맺으면 자신의 씨앗을 스스로 파괴한다. 그래야 다음 해에 회사는 같은 씨앗을 또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씨앗의 기능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일을 돈 때문에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터미네이터 기술’이라고 한다.
이렇게 마음대로 유전자가 조작된 씨앗 회사의 씨앗들은 생태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먹이 사슬, 먹이 그물로 얽혀 있는 생태계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은 인간의 건강에도 빨간 불이 켜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죽하면 거대 씨앗 회사를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까지 부르겠는가! 이렇게 거대 씨앗 회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 각 나라들의 ‘씨앗 주권’을 빼앗는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잃어버린 씨앗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단순하게도 자기 나라의 토종 씨앗을 살리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손톱 밑에 비접 든 것은 알지만 염통에 쉬 싣는지는 모른다.’는 말과 같다. 이미 씨앗 주권을 빼앗은 거대 씨앗회사는 세계의 식량난을 손쉽게 주무르게 될 것이다. 에너지 자원보다 더 무서운 식량 전쟁이 예상된다.
인류는 식량 증산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였다. 최근에는 경운기, 트랙터, 파종기, 분무기, 콤바인, 예초기 등을 사용하여 농업의 기계화를 꾀하고 있으며, 저수지나 댐을 만들어 수자원을 풍부히 함은 물론, 1940년대 이후에는 독성 화학 물질을 사용하여 합성 농약을 만들어 농업 생산량을 50배로 증가시켰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씨앗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씨앗을 지키고 연구하는 용사들이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의 3대 씨앗 회사인 서울종묘와 중앙종묘 그리고 흥농종묘가 경제 위기로 미국과 스위스 회사에 팔려갔지만 씨앗 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이 있다. 작은 씨앗 회사 ‘씨스텍 코리아’, 정부 기관인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농업자원 관리원’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씨앗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수원의 ‘국립 농업 유전자 자원센터’는 50만 종의 종자 보관을 목표로 국제 종자 저장고로 지정되었다. 계속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전 세계 인류의 노력도 눈부시다. 대재앙이나 유전자 조작의 피해를 입기 전에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구상의 모든 순수한 씨앗을 저장해 두는 ‘국제 종자 저장고’는 현재 450만 종의 씨앗을 저장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롱이어비엔 지하에 만들어져 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 볼 수 있다.
돈벌레 인간이 부른 재앙은 유전자변형식품이 더해지면서 쉼이 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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