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육칼럼>일본말 찌꺼기 |
2012년08월23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식당에 가면 ‘와사비 주시오.’나 ‘요지 어디 있어요?’라는 손님들의 말을 간간히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입맛이 떨어지면서 ‘밴토’라는 일본말도 내가 초등학교 때 사용했는데 지금은 없어졌으니 세월이 가면 없어지겠지.’ 하면서 넘기지만 마음은 찜찜하다.
언어는 목숨이요, 정신이다. 악의 씨앗은 오래오래 간다. 그 질긴 생명력이 놀라울 뿐이다. 버려야 할 일본말,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 보자.
반가운 얼굴 좀 보자는 총무님의 전화를 받고 동창회에 나가면, 탕이나 회에 술이나 밥을 먹고 나서는 담요를 펴 놓고 ‘고도리’를 치자고 한다. ‘고’는 다섯이고 ‘도리’는 새라는 뜻이다. 가족이 모이나, 친구들이 모이나, 동창회에 가나 항상 즐기는 고도리. 고도리는 한국인에게 확실히 인이 박힌 오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고도리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고 나면 고도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집어 삼킬 때 표 나지 않게 은밀히 추진한 것이 화투 보급이었다. 우리 민족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치밀한 계획 아래서 보급한 것이라면 지금 사람들이 믿기나 할까.
고도리는 그림 자체가 일본색이다. 3월 벚꽃은 3월에 절정을 이룬다. 모든 달이 다 의미가 있지만 11월 오동에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오종의 광에는 닭 모가지 모양의 조류와 싹 같은 것이 등장한다. 닭 모가지의 형상은 막부의 권력자인 쇼군의 품격과 지위를 상징하는 봉황새의 머리이다. 오동잎은 쇼군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나 국공립학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화폐 500엔 주화에도 오동잎이 도안으로 들어가 있을 정도다. 일장기를 변용한 욱일승천기보다 더 상징성이 높다. 화투 문양이라도 우리 것으로 바꾸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는 이유다.
집에 밟고 다니는 돌을 놓으려고 최근에 알게 된 아저씨를 불러 자문을 구했다. 헌데 뜬금 없는 말을 하는 거였다. ‘형님, 나 노가대 출신이어라우. 하루에 30만 원도 벌어 봤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노가대, 노가다라고도 한다. 토목공사에 종사하는 토공이라는 뜻이다. 일꾼, 막노동하는 사람. 토목이나 건축 관련 말에는 유달리 일본말 찌꺼기가 많은데 놀라게 된다. 가꾸목(각목), 가다(틀), 가다와꾸(거푸집), 가이당(계단), 간나(대패), 기리(송곳), 노미(끌), 아시바(발판), 함바(공사판 식당) 등 수도 없이 많다. 다 버려야할 언어 찌꺼기이다. 일본 호류지의 크고 작은 절들은 1400년전 고구려의 기술자들이 지은 것으로 유명하며, 이때 막노동하던 사람들은 현지 일본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이 현대판 노가다를 했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 판이다.
‘부락’이라는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시골에 여러 민가가 모여 이룬 마을’ 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 마을은 원래 ‘마감동’ 이었는데 일제 때 ‘신성 부락’으로 바뀌었다. 일제는 마을 이름까지 바꾸어 우리 민족의 혼을 빼려고 노력했는데 ‘부락’은 ‘부라쿠민’이라는 일본에서 건너 온 말이다. 아니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천시해서 마을 이름을 일부러 그렇게 붙였다. 일본에서 부라쿠민은 천민집단을 일컫는 나쁜 말이다. 요컨대 전근대 일본의 신분제도 아래에서 최하층에 있었던 천민 집단으로, 현재 일본사회에서 ‘부락’은 터부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요주의 단어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노예나 다름없었고, 인민이나 국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오죽하면 비인이었을까. 이런 말을 우리나라 마을에 심었던 것이다. 마을, 고을 얼마나 좋은 우리말인가!
창씨개명을 하고, 태자의 탯자리까지 함께 옮겨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심지어는 혈자리에 쇠말뚝을 박아 기를 죽이고, 우리말과 글을 못 쓰게 하고 북간도로 이주까지 시켰던 일제. 그런 일제가 남긴 찌꺼기를 지금도 쓰고 있다니……. 사바사바, 시다바리, 수우미양가, 땡깡, 빤스, 정종, 참배, 가봉, 고바위, 고발, 데코보코, 땡땡이, 마사토, 몸빼, 보루, 세꼬시, 쓰끼다시, 야리꾸리, 히로뽕, 기타 등등 그 잔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는 세계 4대 강국 사이에 끼어 있다. 4대 강국은 언제나 우리를 이용하려고만 했지 진실로 도와준 적은 없었다. 과거를 거울삼아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오늘을 살찌우자. 그러기 위해 일본 냄새가 나는 일본말 찌꺼기를 먼저 버리자.[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