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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칼럼>위대한 예인 공 여사 타계 |
2012년07월15일(Sun) |
| 이준구(主筆·시인) |
‘1 인 창무극’이란 독보적 전통 연희 양식으로 한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공옥진 여사가 지난 9일 전남 영광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이다. 충격적이다. 그것은 공 여사가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투병중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생활비 43만원을 받아 어렵게 생활했으며, 2010년 6월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국 명인 명무전’ 공연을 마지막으로 고향인 영광으로 내려갔다.
공 여사는 전통 무용에 동물춤을 접목한 일명 ‘병신춤’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춤은 판소리나 재담극을 춤과 소리로 엮어 모노드라마로 만든 것으로 1970년대 후반 곱사춤, 원숭이춤에 걸쭉한 사투리를 곁들였다.
이는 암흑한 군부독재 시절을 풍자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것이다. 웃음과 눈물로 한국 서민들을 위무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우리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주로 장애인 등 소외계층들의 처절한 삶의 단면들을 춤으로 승화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창안한 춤만 해도 곱사춤, 문둥이춤, 앉은뱅이춤, 외발춤, 덩치춤, 동서남북춤, 오리발춤 등 무려 60여가지에 이른다.
여기다 허튼춤을 비롯해 턱붙은곱사춤, 엉덩이 빠진곱사춤, 절름발이 곱사춤, 오리발병신춤 등 셀 수 없을 만큼의 병신춤을 창안해 무대에 올려 대중들로 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그가 ‘병신춤’을 창안하고 완성하는데도 유년시절부터 불우한 생활을 몸소 겪은 것이 더욱 춤을 깊이 있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공 여사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의 연속이었다. 남도판소리의 대가인 명창 공대일의 딸로 태어나 일곱 살 때 모친을 여의고 난 후 어린 나이에 부친으로부터 창을 배웠다.
한때 전설의 무희 최승희 문하에서 머물기도 했지만 천대받는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내야 했고, 귀국해서는 전남 영광의 다리 밑에 살면서 문전걸식을 하는 불우한 생활을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다 결혼 실패로 다시 불운을 겪었다. 이혼한 후 그는 불갑사에서 2년2개월 동안 수진이란 법명으로 수도생활을 했다. 그러다 1947년에는 국극협회와 임방울창극단에 참여했으며, 1951년에는 김연수 우리악극단에 참가하는 등 전통음악에 집중해 활동했다. 이어 그는 1961년까지 김월산 여성국악단과 박녹주국극협회·조선창극단 등 많은 국악단체에서 비극의 여주인공을 맡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후 영광으로 낙향해 10여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지내던 공 여사는 1973년 남도문화제 등장을 계기로 ‘1인창무극’을 창안하게 됐다. 1978년 공간사랑 등에서 열린 ‘명무전’ 공연에서 아쟁·대금·장구를 잡아 놓고 판소리창과 독특한 표정의 ‘병신춤’이 곁들여지는 1인 창무극을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등 영화에 출연한 바 있으며, 문순태의 소설 ‘병신춤을 춥시다’(1982)를 통해 소설로도 소개됐다.
공 여사는 2010년 마침내 전남도 무형문화재 ‘1인 창무극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던 것이다. 이후 그는 예술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예술연구소는 1981년 영광군과 전남도가 예산을 들여 건립해 임대해 준 건물이다.
고인의 창무극은 소리판 특유의 생생한 현장감이 전혀 걸러지지 않고 객석에서 그대로 전달되는 공연 형식으로 그 해학성 앞에서는 전문가·비전문가의 구분이 없었다. 특히 기존 정규 무대에서 금기시되던 저잣거리의 욕설과 비어가 난사되는 대목에서는 예술적 인내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하기도 했고, 영국 등 유럽 무대까지 진출해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유족으로 딸 김은희(63)씨와 손녀 김형진(40)씨가 있다. 공 여사는 아이돌그룹 2NE1 멤버 공민지의 고모할머니이기도 하다.
고인의 유일한 제자는 영광문화원 사무국장 한현선(48·여)씨로 알려졌다. 천만 다행이다. 전수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공여사의 창무극을 보고 문하생이 된 이후 지금까지 고인의 옆을 지키며 창무극의 전통을 이어왔다.
영광군은 하루빨리 고인의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 전남도는 고인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제자 한현선씨는 ‘창무극’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옥도 갈아야 빛이 나기 때문이다.
고인의 장례는 문화인장으로 치러졌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빌어 마지 않는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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