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군수 김양수)은 요즘에 한학자 박내호씨로 하여금 장성 선비들을 모아 하서 선생의 도학을 가르치도록 했다. 고무적 현상이다. 그것은 필암서원에 장성 선비들이 운집해 한학 공부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김양수 장성군수의 선견지명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만강의 사의를 표한다. 공부자 이른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가 그것이다.
이는 선비의 고장 장성군이 필암서원을 호남정신 문화의 메카로 만들어 놓고 오늘날 도의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주인공은 어떤 분인가? 퇴계 이황과 학문으로 쌍벽을 이뤘던 하서 김인후(1510∼1560)선생이다. 하서 선생은 문묘에 모셔진 정몽주 등 ‘동국 18현’ 가운데 유일한 호남 인물이다.
하서 선생의 삶은 호남 절의의 근간을 이뤘다. 선생은 제자로 가르쳤던 인종이 갑자기 승하하자 관직에서 물러난 후 15년 동안 다른 임금을 섬기지 않고 초야에서 학문을 닦았다.
하서 선생은 호남의 유학자들에게 학문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생은 면앙정 송순의 문인이고, 송강 정철의 스승이기도 하다.
또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나 미암 유희춘 등 당대의 문장가들과는 사돈지간으로 학문과 교분을 나눴다. 특히 하서 선생은 퇴계 이황과 8년 동안 ‘사칠논변’을 펼침으로써 조선지성사에 한획을 그은 고봉 기대승과 학문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계산 풍류를 노래한 1천500여수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시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글로 된 시조가 남아 있다. 대시조 시인이기도 하다.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도 절로 물도 절로하니 산수간 나도절로/ 아마도 절로 생긴 인생이라 절로절로 늙사오리.”가 그것이다.
그러면 하서 선생이 5세 때 지은 한시 한수를 다음에 들어 보기로 하자.
땅 형세 따라 높고 낮으며
천시로 말미암아 이르고 늦네
인간 말을 어찌 탓할 게 있나
달은 본래 사정없는 거라네.
이 시는 새해를 맞아 보름달을 보고 쓴 것이다. 아주 유명하다. 과연 다섯살 나이에 이렇게 깊은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를 꿰뚫어 본 이 시를 보고 당시 사람들은 천재의 작품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깨끗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자연과 세상을 한점 사심없이 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하서 선생은 뇌에서 엔도르핀(Endorphin)이 나와 건강해져 훗날 대학자로 대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앞에 보인 시조 ‘자연가’는 시경 ‘위풍’에서 비롯됐다. 자연 도락의 경지를 읊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서 선생의 시세계는 시어를 통해 도학사상을 구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서 선생의 도학적 자아와 예술적 자아가 하나의 합일된 그의 인격주체의 고양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시언지’가 그것이다.
그러면 선생의 도학사상은 무엇인가? 하나의 인간학이요, 그것도 실천적 인간학이다. 하서 선생은 인간의 우주적 본질을 알아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자연의 보편적 생명정신을 그 자신에 폐쇄시키거나 또는 심지어 인간사회집단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과 만물에 널리 개방해 실현하려 한 것이 선생의 궁극적 포부였다.
사람들이 서로, 그리고 인간과 만물이 함께 공존·화해하는 생명세계의 건설이 하서 선생의 삶의 이념이었던 것이다. 그 이념을 하서 선생은 자신의 존재 내부에서 자각했다. 그것은 우주적 무게를 담은 선생 존재의 실천적 의지요, 명령이었다.
일언이폐지하면 하서 선생의 도학사상은 인류애와 생명애를 강조한 것이다. 우주만물을 향해 열려 있는 선생의 마음은 심지어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대해서 까지 물아일체적 사랑의 눈빛과 손길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차제에 김양수 장성군수에게 다음 한가지만 주문하고자 한다. 노파심에서 장성군민의 여망에 부합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성군수는 여름방학 동안만이라도 필암서원에 초·중 학생들을 모아 한문교실을 개설해야 한다. 그것은 한문교육을 강화하면 인성교육이 절로 되어 학교폭력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군 당국은 하서 선생의 ‘도학사상’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