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정동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추격자(나홍진 감독, 영화사 비단길 제작)’의 제작보고회중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나홍진 감독, 김윤석, 서영희, 하정우
영화 ‘추격자’(감독 나홍진)에는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을 응축한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극적으로 범인이 밝혀지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싱겁게도 초반에 범인이 드러난다.
영화는 ‘누가 살인범인가’에 집중하지 않는다. ‘마지막 희생자를 구해야 한다’는 원초적 본능을 지닌 남자에 포커스를 맞춘다. 범죄와 살인을 다룬 여타 영화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선한 사람이 살인마를 쫓는다는 뻔한 공식과도 어긋난다. 슈퍼 영웅이 악당을 해치우는 후련한 영화는 아닐 듯싶다. 결코 사회의 ‘정의’, ‘선’이라 부를 수 없는 전직 형사가 추격자로 나온다. 그는 출장안마소까지 운영하며 비인간적인 행태를 일삼는 인물이다. 감독은 전직 비리 형사와 희대의 연쇄 살인마를 두고 ‘선을 넘지 않은 악인’과 ‘선을 넘은 악인’으로 규정한다. ‘상대적 악인’만 존재하는 세계에서 더 못된 놈이 덜 못된 놈을 쫓는 이야기다.
마지막 희생자인 김미진 역시 사회적 냉대를 받긴 마찬가지다. 출장안마소 종업원인 미진의 생사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2008년, 21세기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충격적인 살인 사건에 대한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고귀한 생명의 존엄성을 말하고자 한다.
영화 ‘추격자’는 희대의 연쇄 살인마 지영민(하정우)과 그를 쫓는 단 한명의 추격자 엄중호(김윤석), 그리고 살인마에게서 탈출을 감행하는 출장안마사 김미진(서영희)의 이야기를 숨막히는 영상으로 담아낸다. 2월 1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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