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군수 유두석)이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형 학습을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고무적 현상이다.
장성군에 따르면 지난 6일 3층 소회의실에서 ‘2007 장성군 공직자 한문교실’을 개강했다. 오는 7월까지(6개월간) 매주 2회 일과후 1시간씩 군 산하 공직자를 대상으로 명심보감 등 한문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으나 오늘의 우리 사회에 시의적절한 교육이라 하겠다. 그것은 서구적 교육에 밀려 우리 고유의 모랄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두석 군수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왜냐하면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의 전통을 이어가고 선조들의 생활철학을 배워 바람직한 정신문화와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자기주도형 학습을 하고자 하는 까닭이다. 이런 게 선비가 되려는 욕망이 아닌가 싶다.
장성군의 한문교실은 21세기 지식기반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공직자들의 의식개혁은 물론 지식역량 강화로 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본다.
장성군에는 필암서원이 있다. 필암서원은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우리나라 18선정 가운데 한분인 문정공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선생을 주벽으로 모시고 제자인 양자징공을 종향한 호남의 대표적인 서원이다. 그러면 하서 선생의 도학(道學)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인간수행론을 담고 있을까? 그것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이다. 먼저 선생의 시를 보자. “학문이란 다름 아닌 마음에 달렸으니 방심을 거두면 어려울 게 무엇이오. 온갖 이치 마음속에 밝게 있으니 / 항상 마음 살려야지 방심해선 안 되네”
온갖 이치를 밝게 살피지 못하는 방심의 마음은 자칫 자신을 편색한 상태에 빠뜨려서 도덕성(道德性)을 질식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단한 성찰과 수행이 요청되는 것이다. ‘천인합일(天人合一)’을 기약하는 하서 선생의 학문에 있어서 마음의 중대성이 이에 근거한다. 선생의 글 곳곳에서 나타나는 바 마음의 강조가 관념적 성향을 드러내 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윤리 도덕인(倫理道德人)을 넘어 당신의 생명정신을 우주만물에 개방·실현하고자 했던 도학자로서 기울인 그러한 관심과 노력은 정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하서 선생은 인간존재의 구현상 도의(道義)의 실천을 매우 중시했다. 세계와 인간에 관한 고도의 지식 체계를 갖고 있는 도학은 공자(孔子)의 질박하고 실천적인 학문정신과 거리를 갖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학자들 역시 그들 고유의 사유체계 속에서 그들이 확인한 인도의 실천을 대단히 강조했다. 하서 선생의 도학이 이 점에 있어서 투철했던 것이다. 화담 서경덕 선생의 ‘독주역시’를 읽고 비판한 시에 ‘인도의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
셋째, 하서 선생의 도학상 인간본질의 실현은 궁극적으로 타자의 삶을 성취시켜 주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선생의 학문 목표는 결코 개인적인 완성에 있지 않다. 만물에 대해 개방적 생명정신을 타고난 우주적 존재로서 개인의 완성은 타자의 성취를 예정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선생이 자임한 ‘성기성물(成己成物)’의 이념이다. 이 얼마나 지극한 도인가.
일언이폐지하면 하서 선생의 도학은 하나의 인간학(人間學)이요, 그것도 실천적 인간학이다. 선생은 인간의 우주적 본질을 알아 그것을 당신의 삶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장성군수는 차제에 철학 교수를 한문교실에 초빙해 공직자들에게 이러한 하서 선생의 ‘도학사상’을 가르쳐야 한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최고 돈, 권력, 명예 등 획일화한 가치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군수는 한학자를 필암서원에 초빙해 장성군민들에게 하서 선생의 ‘도학사상’을 가르쳐야 한다.
장성군 당국은 반드시 유 군수의 한문교육이 대성(大成)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적(質的) 향상(向上)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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