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 최저실행가격 비공개를 발주기관 공무원의 양심에 맡기는 것은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꼴’이며 적격심사 도입 초기처럼 공무원을 부정과 부패의 도가니로 몰아갈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가 추정가격 100억~300억원 미만 공사의 적격심사낙찰제 개정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지만, 광주·전남지역 건설업체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남을 비롯한 지역 건설업계는 기획재정부의 적격심사낙찰제 개선방침은 그 효과에 대한 논란 외에도 ‘약속 위반’이라는 비난여론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2년 유보했다. 당초 올해부터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재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려고 했지만, 건설경기 및 지역경제 침체를 고려해 시행시기를 오는 2014년으로 늦춘 것이다. 당시 국회도 정부 결정을 수용해 상정된 관련법안을 폐기했다. 다만 법안 폐기조건으로 정부에 최저가낙찰제, 적격심사제 등 현행 입·낙찰제도에 대한 성과분석과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 6월까지 국회에 보고토록 주문했다.
이에 재정부는 올 하반기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다는 계획을 잡아놓은 상태다. 문제는 재정부가 제도개선을 추진 중인 대상 공사규모가 100억~300억원 미만 구간으로 이는 당초 계획대로 최저가낙찰제가 확대·시행됐다면 적격심사제 대신 최저가 제도가 적용됐을 구간이다.
이에 지역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재정부가 최저가 확대유보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적격심사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다. 이처럼 아무리 내용이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입안부터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또한 결정되더라도 당초 추구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
정부는 공무원들에 대한 지역 건설업계의 불신부터 해소한 뒤 지난해 국회와 약속한 사항을 조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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