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가 박람회 사상 처음 도입했다고 자랑하던 예약관람제가 개장 16일 만에 무너져 관람객들이 길게는 3km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충격적이었다.
11만 인파가 몰린 5월 27일 예매가 조기에 마감되는 바람에 입장을 못한 일부 관람객들이 조직위에 몰려가 막무가내식으로 항의하며 행패를 부리자 조직위가 곧바로 예약제 대신 선착순으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입장객이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친 다음날에는 보통 30분 정도 기다려 입장이 가능하던 아쿠아리움 등 인기 전시관은 무려 7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한국도 이제는 공연이나 행사에 예약문화가 정착됐다는 자랑이 무색해졌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자신의 준비부족과 실수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기는 커녕 남의 탓으로 돌려 결국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도록 한 일부 지각없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등쌀이 귀찮고 두려워 예약제를 없애버린 조직위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서 항의가 없어져 마음이 편하다는 식이니 이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예약해 놓고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겐 무슨 핑계를 둘러댈 것인지. 약속은 지켜야 한다.
약속을 안 지키면 신용이 떨어진다. 신용이 떨어지면 모든 일이 안 된다. 이른바 ‘신용은 값없는 보배’란 말이 그것이다. 선착순 줄서기가 더 큰 부작용과 폐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원칙대로 예약제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조기 마감에 따른 문제점은 프로야구에서처럼 일정비율의 입장권을 현장 판매하는 등 보완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인기전시관의 경우 느림보 관람을 막아 원활한 진행을 유도해야 한다. 여수엑스포 당국은 앞으로 두 달 반 동안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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