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부에 미친 조선 선비들 |
2012년06월07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조선은 선비의 나라였다. 선비는 성리학을 추종하였는데, 성리학은 고려시대에 안향 선생이 중국 연경에서 ‘주자전서’를 베껴오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졌고, 이색 정몽주에 의해 받아들여졌으며, 정도전과 권근에 의해 조선의 국시가 되었다.
조선시대 성리학을 정립한 인물은 점필재, 김종직으로 그의 제자 김굉필과 조광조에 의해 꽃을 피웠다. 조광조를 필두로 공부에 미친 선비들을 만나보자.
조광조는 성종 13년인 1482년 한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학문에 열중하여 글 읽는 소리가 그치는 법이 없었다. 조광조는 성리학의 대가인 김굉필에게 학문을 배워 경전을 연구하고 실생활에 응용했다. 조광조는 새벽 1시 경에 잠을 자고, 5시 경이 되면 일어나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는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외에는 책상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지독하게 공부했다. 성균관 유생 200여 명의 천거로 벼슬을 시작하여 중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본격적으로 도학정치를 실현하려다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훈구세력의 함정에 빠져 기묘사화 때 희생된다.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가이없을 정도였다.
이황의 공부법도 남달랐다. 이황의 공부 방법은 반복학습이었다. 같은 책을 수없이 되풀이하여 읽는 바람에 책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나 단순하게 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사색했다. 이황은 사색을 통해 성리학을 사상적으로 체계화할 수 있었다. 이황은 20세에 ‘주역’을 구하여 방문을 닫고 들어 앉아 읽기 시작하였다. 때는 한여름이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나 이황은 방에 단정하게 앉아 주역만 읽었다. 더위 때문에 쓰러질까 봐 걱정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 책을 읽으면 가슴 속에서 문득 시원한 기운이 생겨 전신으로 퍼진다. 저절로 더위를 잊게 되는데 어찌 병이 나겠는가’라고 말하면서 주역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책 표지가 너덜너덜해지고 글자가 희미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그 동안 유학을 하는 선비들은 주자학을 단순하게 받아들여 실천하는데 불과했으나 이황은 사상적으로 깊이 파고들어 주희에 버금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가슴 속에서 문득 시원한 기운이 생겨 전신으로 퍼진다는 내적 동기에 의한 지적 성취의 기쁨은 맛보지 않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미암 유희춘도 공부에 미친 사람이다. 유희춘은 외조부인 최보의 학통을 이어 김인후 등과 함께 호남지방의 학풍을 일으키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도 쉬지 않고 책을 읽었는데 6가지 절목을 세워 책을 읽었다. 첫째, 부지런히 책을 읽을 것, 둘째, 읽은 내용을 반드시 기억할 것, 셋째 읽은 뒤에 정밀하게 생각할 것, 넷째, 분별을 분명히 할 것, 다섯째, 읽는 것을 잘 기술할 것, 여섯째, 읽는 것을 충실하게 행동으로 옮길 것 등이다. 중용의 지·인·용과 ‘널리 배우며 자세히 물으며 신중히 생각하며 밝게 분별하며 독실히 행하여야 한다.’를 실천하는 것 같다.
김수온도 공부벌레다.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공조판서와 영중추부사를 지낸 명신이다. 그는 한 번 책을 잡으면 날이 가고 달이 가는 줄 몰랐다. 그는 책을 읽을 때 그 내용을 외우는 것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나들이 갈 때는 책을 가지고 갈 수 없어서 한 장씩 찢어 소매 속에 넣고 다니면서 외웠다. 김수온은 평생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언제나 머리 속에 ‘대학’과 ‘중용’이라는 글자가 어른거릴 정도였다.
김수온은 공부하는 것 외에는 세상의 어떤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숙주에게서 귀한 책을 빌려와 책을 모조리 찢어 붙여 놓고 외웠다는 이야기나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소변이 마려워 밖으로 나와서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보고 ‘가을이 온 줄도 몰랐구나'하면서 탄식했다고 하니 공부에 미친 사람이 분명하다.
많은 공부벌레들이 있지만 백곡 김득신을 빼놓으면 빛이 바랄 것 같다. 김득신은 선조 37년 1604년에 태어나 문명을 크게 떨친 인물이다.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아 지각이 발달하지 못해 아둔한 편이었으나 ‘학문의 성취가 늦는다고 성공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저 읽고 또 읽으면 반드시 대문장가가 될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마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책을 잡으면 수없이 반복하여 읽었다.
사기열전 중 ‘백이전’을 십만 1천 3백 번을 읽었다고 한다. 사기를 천 번 읽었고 모든 책은 천 번 이상을 읽었다. 한번은 길을 가다가 말 위에서 ‘백이전’을 외우는데 한 구절을 빼먹자, 하도 들어서 백이전을 외워버린 노비가 알려 주었다는 일화는 미소를 짓게 한다. 한문 사대가로 불리는 이식으로부터 ‘그대의 시가 당금 제일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문명이 널리 알려졌다.
조선을 이끈 공부에 미친 성리학의 선비들, 여류 선비들, 신분의 한계에도 학문을 사랑한 선비들. 예를 들면 박학다식한 역관 성재 고시언, 고난 속에 글을 익힌 천민 선비 박돌몽, 책만 읽는 바보 청장관 이덕무, 천재 시인 이언진 등 이런 공부 벌레들이 있어 조선은 문화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