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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신 없는 사회 |
2012년05월02일(Wed)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모 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였다. 어린이 회장 선거가 끝나고 며칠 뒤 교장실로 아주머니 세 분이 찾아 오셨다. 차를 한잔한 후 누구시며 무엇 때문에 오셨느냐고 물으니 어린이 부회장으로 당선된 아이 아버지가 교회의 목사님이신데 교장선생님이 우리 교회에 나오시면 한다고 하시면서 교회에 나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인간이 지킬 기본 도리라는 것이 있는데 신자를 시켜서 교장을 포교의 대상으로 삼는데 놀랐다. 그 후 금당산에 올라 보니 학교 주변에 교회가 32개나 있는 것을 보고 기독교의 번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에 가면 골짜기에 어김없이 절이 있다. 옛날에는 신작로가 나 있어서 걷기에 좋았으나 지금은 아스팔트도로로 차를 메운다. 불교 신자가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 전부터 부처님 오신 날에는 식구들이 절에 가서 연등을 달았다. 하지만 결코 부처님을 믿는 건 아니었다. 가족 나들이 겸 식구들의 안녕을 바라는 정도였다. 그런데 절에서 많은 우편물이 날아온다.
어렸을 때 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비는 것이 일이셨다. 내 생일 날에는 떡을 해 놓고 성주님께 빌고 또 빌었다. 우리 집에는 신이 많았다. 조앙신도 있었고, 심지어는 칙간신도 있었다. 할머니가 빌어서였을까? 우리 집에는 사고가 없었다. 아버지가 멀리 출타를 하시면 할머니는 부엌에 물을 떠 놓고 빌고 빌었다.
사람들은 왜 신을 믿을까? 신을 믿으면 정말 행복하고 천국에 갈 수 있을까? 긍정하거나 부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궁극적으로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교회에 다니고 절에 다니더라도 집에서 다투고 싸움질이나 하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친구의 누나가 사는 삶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사업에 실패를 하자 살길이 막막해진 누나네는 서울로 올라갔다. 노량진 시장 근방에 사글세방을 얻고 길거리에서 고기를 가져다 팔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는 집에 가서 아이들 목욕시키고 잠을 재우고 잠을 자는 아이에게 뽀뽀해 주고 고기를 다 팔고 집에 올 때는 소주를 사 가지고 와서 남편과 함께 마시고 서로 위로해 주며 사랑을 나누고 항상 웃으면서 사시는 거였다.
항상 웃으시면서 즐겁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눈을 밖으로 돌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여러 연구나 조사 기관에서는 선진국이 아니라 후진국이라는 통계를 많이 내놓는다. 방글라데시나 부탄 같은 나라들의 국민이 더 행복을 느끼고 산다는 것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은 어떤가. 지금 미국은 종교적 열정이 넘치는 나라라고 한다. 예수와 하나님을 찬양하는 스티커를 붙인 자동차가 세 대 중 한 대 꼴이며 예배와 기도를 권고하는 광고판이 도심 곳곳에 서 있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속 목사들은 죄악에 물든 세상을 개탄하고 이교도를 저주한다. 어느 경찰서장은 범죄율 증가가 사탄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책은 전한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은 다 행복한가?
특정 종교단체들이 하나님이 없는 사회는 부도덕, 사악함, 타락이 판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교회 출석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덴마크와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복지 수준을 자랑한다고 한다. 기대수명, 아동복지, 국내 총생산, 경제적 평등, 양성평등, 정치가와 공무원의 청렴도, 범죄율 등 유엔이 내놓은 인간개발 보고서의 여러 항목에서 최상위권이다.
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사람들은 건실한 법을 만들어 지킬 수 있고, 도덕과 윤리로 이루어진 합리적인 제도를 잘 따를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종교학자들은 종교가 모든 인간이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최종 문제, 즉 죽음에 대한 해답을 준다고 말한다. 이것도 회의적이다. 신 없이도 인간은 천국에 갈 수 있다. 현실에서 행복하게 아름다운 생활을 한다면 가능하다. 신이 없어도 행복한 스칸디나비아 사회와 신이 넘쳐도 불행한 미국 사회가 대조를 이루며 가르침을 준다. 약자를 돕고, 자비와 자선을 행하고, 개인보다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는 종교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라고.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본다. 심지어 등산을 해도 교회에 나오라고 할머니들이 말을 걸어온다. 최근에는 무리를 지어 집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행복이다. 우리 사회가 건실한 사회로 지라나려면 맹목적인 근본주의 신앙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표층적인 근본주의 신앙이 창궐하고 있다고 사회학자들이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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