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통영의 딸’ 신숙자(70)씨가 “1980년대부터 앓아오던 간염으로 사망했다”는 답변서를 지난달 27일 유엔 인권위 측에 보냈다. 충격적이다. 그것은 북한이 신씨가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씨 딸 혜원(36)·규원(34)씨가 “오씨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고 오씨를 상대하는 것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더 이상 자기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독일에서 살다 1985년 남편 오길남(70)씨를 따라 두 딸과 함께 북에 갔고, 1986년 오씨 혼자 북을 탈출 후 신씨와 두 딸은 강제 수용소에 감금됐고 북한은 신씨 구출운동이 한국과 국제사회에 퍼져나가자 작년 이들의 주거를 평양 인근 지역으로 이전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기운이 팔팔한 성인 남자도 땅바닥에서 낱알을 주워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단백질을 공급하지 않아 수용자들이 쥐를 잡아먹는다는 북한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한다.
북한이 병약한 신씨를 이런 곳에 25년 동안 강제수용한 것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북은 그동안 8만명에 달하는 납북자의 생사 여부를 우리 정부나 납북 가족이 물을 때마다 “납치자는 없다”고 해왔다. 그랬던 북이 이번에 형식적인 답변서라도 내놓게 된 것은 유엔이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는 국제사면위원회, 휴먼라이트워치 등 15개국 40여 인권 단체가 신씨 문제를 포함해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 연대 기구다.
이 단체는 작년 11월 오씨를 대신해 유엔에 신씨 모녀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고, 유엔실무 그룹은 지난 3월 청원서 내용을 바탕으로 북에 질의서를 보냈다.
북한은 신씨의 유골을 가족에게 보내고, 신씨의 두 딸도 유엔이나 제3국에서 아버지 오씨와 직접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은 인도주의를 지켜야 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우리 납북자 송환문제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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