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에서 최근 같은 반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온 중학생이 또 자살했다. 이는 이미 학교폭력이 어느 도를 넘어섰다는 경고일 것이다.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관심을 우리사회 표면으로 끌어올렸던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한지 4개월만이다. 그 후,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세워졌지만 제도나 시스템만으로는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따돌림, 괴롭힘, 폭력이 뿌리 뽑힐 수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자살한 이군은 지난해 학교측이 실시한 ‘정서행동발달 심리검사’에서 ‘자살 위험도 수치 고위험군’으로 판별되었고, 여러 차례 병원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일 년전 이군의 위험징후가 나타났음에도 자살을 막지는 못했다. 이는 학교폭력 예방 제도 시행 등의 가시적인 대책외에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학생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사후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측에서는 이군의 겉모습만 보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군이 2학년이 되고나서 지난해 담임교사는 현재 담임교사에게 고위험군 학생으로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만 통보했을 뿐이다. 이군처럼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이 따랐다면 자살에까지 이르지 않게 할 수 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당국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책 수립에 분주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여론에 떠밀려 생겨나는 대책은 너무 거대하거나 관심위주의 거시적인 경우가 많다. 일진회 소탕이나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 배치 등이 그러한 예이다.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여론의 환기에만 적합한 대책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이번에 발생한 이군의 경우에서 봤듯이, 학교 폭력 예방은 결코 멀리 있는 거대담론이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파악된 위험군 학생들이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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