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사회에서 종교개혁 문예부흥 등의 운동이 근세인들의 자각의 밑거름이 되어 봉건적 신분사회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의 민주혁명 영국의 산업혁명 등을 거쳐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고 있을 때 우리 조국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미몽속에서 전통적 생활을 고수하고만 있었다. 그러나 조선중엽 우리 민족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두 침략을 받은 뒤부터 우리의 선각자들은 조국수호를 위한 근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의 뛰어난 선각자로서 필자는 퇴계 이황(退溪李滉) 율곡 이이(栗谷李珥)의 두 학자를 손꼽는데 이분들의 유학적 경윤은 사색에 치우쳐서 실리와는 거리가 먼 흠이 없지 않았지만 중국(中國)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탁월한 것이었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유교적 사상을 개혁하여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착안한 것이 실학사상(實學思想)이다.
실학사상은 본래 우리나라 유학자의 자주의식의 확대에서 시작되어 중국에서의 견문과 서양사상과의 접촉에 의하여 그 독을 넓혀간 조국근대화의 첫 봉화였다고 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에 의해서 대표되는 실학사상에는 철학사고 보다는 사회현실의 개혁에 대한 강한 의욕이 반영되어 있었고, 그들은 이를 국가시책에 반영하고 국가사업에 활용시키고자 무던히 애를 썼으나 당시의 정세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실학사상이 비록 정치적으로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그 속에는 전근대적 폐단을 불식하는 관재개혁, 세재개혁, 교육개혁, 국방개혁 등 새로운 사회를 향한 많은 개혁안이 담겨져 있었으며 그것은 19세기 초엽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기독교에 의한 사회개혁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오랫동안 통치의 원리로 자리잡아온 유고는 귀족계급과 서민계급을 엄격히 구별하고 한문에 대한 지식을 귀족적 상징으로 삼았으며 또 여자에 대해서는 매우 불평등한 대우를 하였다. 그러므로 청나라를 통하여 들어온 기독교사상 평등의 가치는 쉽게 압박을 받은 서민대중과 여자들 공명을 얻게 되었고, 또한 전도의 수단으로 쓰여진 한글성경을 매개로 급속히 보급되어 인권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독교 사상도 전통적 유교사상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위정자들에 의하여 강력하게 탄압되었기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사회개혁에 크게 기여한 기독교도 개화 초기의 우리나라에서는 결정적 큰 성과는 못 보았다.
갑신정변이 일어 난지 10년 후 1894년(고종 31년 갑오) 3월 21일 전봉준(全琫準) 등이 전라도 고부에서 일으킨 동학농민운동은 우리 역사상 드물고도 놀라운 농민 자발적인 항의운동이었다. 개화독립당이 서구적인 근대화를 지향한 것이었다면 동학 농민운동은 반서구적인 근대화를 지향한 것이다. 이 봉기의 사상적 밑받침이 된 것은 동학(動學)이라는 종교였는데 그 교지의 요점은 신과 인간관의 동격 즉 인내천(人乃天)의 사상이다.
동학에는 두 가지 정신이 뚜렷하였다. 그 하나는 서구 열강과 신흥 일본 세력에 의해서 침략을 당할 위기에 있는 조국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민족적 주체정신이었고 다른 하나는 귀족층의 압정에 시달린 서민계급 특히 농민에게 만민평등의 복음주자는 민주적 자유정신이다.
또 한편 당시 독립협회조직을 통하여 민권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독립문을 세워 국민의 자주의식을 높이고 1886년 10월 29일 서울 종로 네거리에서 만민공동회라는 민중개회를 개최하여 정부의 매국적 태도를 탄핵하고 6개 항목의 개혁안을 채택하여 고종황제에게 그 실의를 요구하는 등 활발한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특히 윤치호(尹致昊) 이상재(李商在) 이승만(李承晩) 등의 청년지사들의 불타는 열정으로 국민들의 가슴속 깊이 심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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