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완연한 날이다. 이제 선거도 끝났다. 승자 앞에서 패자가 깨끗이 승복을 시인하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모습 때문이다. 승자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패자는 얼마나 많은 변명과 항변이 준비돼 있겠는가? 그러나 깨끗이 승복하는 또렷한 음성과 모습은 우리를 한층 성숙된 사회인으로 승화시켜 주었다. 정정 당당히 경쟁하고 그 결과에 멋있게 승복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용기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는 말을 되뇌이고 싶다.
이런 저런 핑계로 자기의 이익만을 찾으면서 ‘지역민이 원하니까’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철새 정치인. 이들을 보면 자신의 보금자리를 해지기 전에 찾을 수 있을런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꼬리는 할 수 없고 언제나 머리만 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봉사나 섬김의 자세가 아니라 지배와 권력의 비참한 추종자에 불과하다.
세상만사는 자기 본위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본인이 없어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움직이게 되어 있다. 꼭 ‘나’이어야 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따금 본인이 없으면 안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히곤 한다. 역사의 굴레에서도 전시에는 훌륭한 장군이 출현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훌륭한 학자나 문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다. 찬·반으로 충분한 토의를 거쳐 동일한 조건에서 다수로 결정되면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의 승복이 없다면 기조가 흔들리고 모든 것은 엉망이 되고 만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가부의 선택이 주어지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승리보다 승복이 더 어려운 것은 말할 나위없지만 깨끗한 승복이 패자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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