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공천 잡음이 심각하다. 공천을 하자마자 비리 혐의가 드러나 뒤집는가 하면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반발이 줄을 잇는다. 여당에선 공천 심사위와 최고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당마다 지역구 의원 간에도 마찰이 일고 있다.
이래서야 개혁공천은 입에 발린 공약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당진군수는 이번에도 공천을 받았지만 바로 며칠 뒤 비리가 드러났고 여권 위조에 도피행각을 벌이는 추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정당의 공천 과정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찍는 투표는 무려 8가지다.
유권자가 일일이 후보들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정당이다.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해 당의 이름을 걸고 추천해야 한다. 대부분의 유권자가 후보 개개인을 잘 몰라도 기표할 수 있는 것은 정당의 공천 절차가 엄중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양상은 전혀 딴판으로 이런 유권자의 믿음을 저버리고 있다. 오로지 당선 가능성만 따지고, 자기 사람 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규제도 없고 내부 견제도 없는 지자체의 헤픈 씀씀이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축제 전시회 체육대회 등 선심성 행사 비용이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자치구의 경우 민간이전경비 비율이 평균 11%를 웃돈다.
심지어 전체 예산의 20% 이상을 민간단체에 주는 곳도 있다. 구청장이 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다니는 셈이다. 6.2지방선거에서 새로운 후보가 이러한 현직 프리미엄을 극복하고 공직에 진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자체장들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동안 지방재정은 더욱 열악해져 한계에 이르렀다. 지방권력을 대대적으로 수술할 때다.
이런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그 첫 단추인 공천부터 제대로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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