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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학살 30년만에 찾아낸 ‘동생 제삿날’ |
2010년05월11일(Tue) |
| 5·18유족회장, ‘광주사태 검시참여 결과보고’ 통해 정확한 사망일시 알게 돼 |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무참히 희생당하고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친동생의 제삿날을 30년 만에 밝혀낸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정수만 회장(64). 정 회장은 최근 지인을 통해 1980년 5·18 때 억울하게 죽은 동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접할 수 있었다.
기밀문서로 분류돼온 ‘광주사태 검시참여 결과보고서’는 정 회장의 오랜 궁금증을 풀어줬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검시관의 신원은 물론 변사자의 인적사항, 사망 경위, 사체 이송과정 등이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었다.
보고서 상단에 흘려쓴 ‘비행장→도청→민간인 시체→통합병원 2회, 치안본부-항공’라는 글귀는 당시의 급박함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또한 ‘1949년 9월5일생, 정지영’이라는 인적과 함께 진한 베이지색 점퍼에 초콜릿색 하의, 원형 오리엔트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있다는 기록도 적혀 있다.
정 회장은 “30년 전 실종 당시 복장 그대로다”며 “동생의 생생한 모습과 남몰래 겪었을 처참한 고통이 그려져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여러 기록 가운데 정 회장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사망경위와 일시. 보고서 하단에는 사망경위에 대해 ‘오른쪽 귀 뒷부분 좌상, 타박열창’이라고 기록됐고, 사망일시는 ‘1980년 5월21일 오전 11시30분’으로 적혀 있다.
“5월20일 금남로 시위현장에서 동생을 봤다”는 정 회장 진술에 비춰볼 때 숨진 동생은 계엄군이 휘두른 망치나 곤봉 등에 맞아 목격된 지 이튿날 사망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시 검찰과 보건소 문건에 ‘5월23일 사망, 5월25일 검시, 우측후두부 맹관총상(탄환이 관통하지 않고 몸 안에 박혀 있는 총상)’이라고 적힌 것과 사인, 일시 모두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정 회장은 “검시 보고서대로라면 동생이 사망하고도 이를 까맣게 모른 채 6일 후 동사무소에 실종신고를 한 격”이라며 원통해 했다.
당시 인쇄업을 하던 정 회장은 둘째 동생(31)이 실종된 이후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그해 6월2일 광주 외곽 군사격장에서 총에 맞아 가매장된 동생의 주검을 발견했고, 그 후 29년간 매년 6월2일을 기일로 잡아 제사를 지냈다.
“폭행에 총상까지 입은 동생이 처참하게 죽어갈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게 한 없이 미안하고 분통터집니다. 30주년을 맞아 이제라도 제때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돼 천만다행입니다”.
1980년 당시 인쇄업을 하던 정 회장은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동생을 잃은 뒤 ‘5월 투사’가 돼 1주년, 10주년, 20주년 추모제를 이끌고, 유가족들의 ‘소복시위’를 주도하며 5·18 특별법과 국가기념일 제정에 앞장섰다.
‘5월의 진실’을 목놓아 외치던 그는 동생이 떠난 이듬해 첫번째 추모제에서 ‘미국은 광주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낭독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9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양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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