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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 오월 공직자 증언록 통해 본 ‘그날의 아픔’ |
2010년05월06일(Thu) |
5·18 기념재단, 구술자료 연구결과 출간 예정
항쟁전후 수습과정·행정기구 작동실태 등 조명 |
1980년 5월 전남도청과 광주시청에 근무했던 공직자들의 눈에 비친 5·18과 항쟁 전후 그들이 수행했던 역할을 기록한 구술사가 발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 동안 항쟁 주체에 대한 규명작업부터 직·간접적 참여자 및 목격자에 대한 조사·발굴은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다각도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항쟁기간 전후 수습 및 처리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공직자들의 시선을 통한 ‘오월’로의 접근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5·18 기념재단과 전남대학교 5·18 연구소가 제작에 나선 ‘공직자의 시선을 통해 본 5·18’ 구술사 정리는 그 의미가 깊다 하겠다.
구술사 수집은 80년 오월 당시 광주 지역에 근무했던 공직자 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지난해 10월 1차 정리작업이 마무리됐다.
출판에 앞서 6일 미리 배포된 녹취자료를 통해 당시 공직자들이 처해있던 현실과 선택을 조명해봤다.
◇전남 부지사 발령과 5·18
내무부 감사관을 역임하고 1980년 전남 부지사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중 5·18을 맞게 된 정시채씨(74). 정씨는 계엄군이 시내로 진입하고 사상자가 발생하자 도지사 대행으로 경찰국장, 31사단장, 교육감, 정보부장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개최, 이 사태의 원인은 계엄군의 과잉진압이니 계엄분소장(윤흥정)에게 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다고 연구원 면담을 통해 밝혔다.
정씨는 5·18이 종료된 5월18일 정부합동조사반에서 군의 과잉진압과 유언비어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요지의 브리핑을 했다가 같은 해 6월 구속돼 혹독한 조사를 받고 6일 만에 풀려났다.
◇항쟁 이후 부상자 처리 업무
당시 전남도 보건과장 업무를 맡고 있던 박인수씨(84). 박씨는 항쟁이 끝나자 청사 내부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을 수습하고, 전대·조대·기독교병원, 국군통합병원, 일반 개인병원과의 상호 업무 협조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부상자들의 위로금 결정 과정과 처리 문제에 계엄분소의 개입이 있었고, 사복차림의 계엄분소 직원들이 수시로 각 병원을 점검했다고 구술했다.
박씨와 함께 보건과에 근무하던 조삼상씨(68). 조씨는 사무실이 위치해 있던 청사 4층에서 충장로, 금남로 일대의 상황을 지켜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또 19일 광주 동구 계림파출소 옆 광주고등학교 가는 길에서 복부에 총상을 입은 한 시민을 전대병원으로 이송시켜 목숨을 살렸다고 증언했다. 21일(석가탄신일)에는 비상연락망을 통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전대병원에 투입된 자신은 환자 측과 병원 측의 불만사항을 접수해 상급 단위에 보고하는 역할을 했었다고 밝혔다.
◇5·18 당시 양곡 방출 과정
광주시청 산업과 양정계장으로 근무하던 손천만씨(77). 손씨는 상황이 격해지면서 광주시내 교통통신 수단이 단절됐고, 이에 따라 생필품을 비롯한 양곡수송은 마비 상태나 다름없었다고 진술했다.
사정이 이러한 가운데 5월25일 순천농업전문대학교 학생이라고 자신들의 신분을 밝힌 청년 5명이 무장한 채로 광주시청사에 들어와 정부양곡 100가마니를 요구했다. 시민군 양식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손씨는 학생들을 설득, 시민군 일일 소요량으로 계산된 정부양곡 5가마니를 가져 갈 수 있는 메모지를 건네주었다. 종이에는 ‘이 메모지를 지참한 사람에게 양곡 다섯가마니를 주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다시 와도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손씨는 사적으로 적어 준 이 메모지 한 장 때문에 1980년 6월 계엄사로 불려가 취조를 받았고, 당시 생긴 후유증이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당시에는 정부 양곡을 방출할 경우 양곡출납 지도서를 작성, 정부양곡 보관창고에 제시해야만 외부로의 유출이 가능했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지역 공무원은 계엄사령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공직자로서의 의무와 눈앞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학살의 현실 사이에서 특수한 대응 방식과 선택을 해야만 했다. 즉 공무원 신분으로서의 역할과 지역 주민으로서의 입장에서 갈등이 상존했던 것이다.
공직자들이 항쟁 기간과 이후 수습·처리 과정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관여했음에도 불구, 이와 관련된 증언이나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않은 점은 안타까운 부문이라고 전남대 5·18 연구소는 지적했다.
‘공직자의 시선을 통해 본 5·18’은 올해 하반기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김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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