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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노블레스 오블리주 |
2010년02월11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등불같은 그분이 또?’라는 제목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담양군청에 거금의 장학금을 익명으로 기부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또 가난한 삶 속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옥탑방 전세금 1천5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좋은 일을 했던 김희춘 할머니가 자신의 육신마저 장기기증본부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옆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1808년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작가인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 올라가면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이 로마에 흘러간 뒤 생활화된 관념이기도 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덕목은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로마의 귀족들은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벌인 포에니 전쟁에 솔선해서 참여했으며, 2차 포에니 전쟁 때는 13명의 집정관이 전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에서는 병역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없었을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는 전쟁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쟁이 나면 솔선수범해 최전방에 나가 싸웠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알토란 같은 재산도 사회에 흔쾌히 내놨다.
외국으로 잠깐 눈을 돌리니 지진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를 돕기 위해 전 세계가 발 벗고 나선 느낌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지난 22일 MTV와 ABC 등 주요 방송사에서 ‘특별한’ 생방송 모금 프로그램을 열었다.
아이티 지진 10일 만에 한자리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미국 대중문화 스타 130명이 모여 ‘아이티에 희망을’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이날 접수된 금액은 우리 돈으로 660억이라고 한다.
로마귀족들의 기부 정치, 영국 왕자들의 참전 수범, 독일의 귀족 출신 전쟁영웅, 이스라엘의 참전 대열, 미국 사회의 성숙한 기부 문화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금융위기 때 록펠러대 총장 관저에서 그 방안을 논의한 10여일 후 소로스 회장은 5천만 달러를 흔쾌히 기부했다고 한다. 소로스 회장은 110억 달러 가운데서 60억 달러를 기부해 ‘세기의 자선가’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적선을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하는 나라였다. 외국의 자로 재면 우리나라는 뒤쳐진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인정이 많고 주기를 좋아하는 따뜻한 민족이다. 경주 최부자 집안 이야기와 6형제 모두가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몸 바친 이회영 집안,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벽산 안희제, 제주의 만덕할머니, 그리고 선행을 앞장서는 연예인 등 수도 없이 많다.
가진 것 없이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한 김밥 할머니들과 시신까지 주고 간 김희춘 할머니의 나눔 정신은 어려운 사람이 베푸는 ‘험블레스 오블리주’라 할 만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로는 장학재단인 ‘신양문화재단’의 정석규 이사장을 들 수 있겠다. ’기부는 영원한 투자‘라는 신념으로 기부를 생활화해 왔는데 1987년 첫 기부 이후 누적된 금액이 300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정이사장 자신은 20년도 더 된 빛바랜 양복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광주의 한 사장님도 기부하느라 헌 구두와 헌 잠바를 입고 다니는데 그 두 분이 겹쳐진다.
또 한 분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대표는 2008년 5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쾌척했고 다른 복지 단체에도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춘추복과 하복 양복 한 벌씩으로 1년을 지내고 오래오래 수선해 신은 구두의 앞코가 해질 정도로 검소한 남 대표는 ’기부를 하면서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어려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흉내 낼 필요는 없다. 실천하려면 아주 힘든 일이다. 그러나 마음으로 베푸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학교를 예로 들어보자. 선생님들은 열심히 가르치면서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을 존경하고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은 선생님들이 고생한다는 생각만 가져도 그 학교는 웃음이 넘쳐날 것이다.
그러면 오고 싶고 머물고 싶으며 흥이 날 것이다. 학교 뿐만 아니라 조직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존경한다면 그것이 이상사회가 아니겠는가?
자기 형편에 맞는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이 우리가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며 우리 조상들이 꿈꾸었던 대동사회일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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