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힘이 들때면 난 사진이나 옛 편지들을 읽어본다. 특히 요즘같이 지방선거가 있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썼던 글들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내 눈속으로 빨려 들어온 것은 내가 내 아내에게 처음으로 썼던 청혼의 시(詩)이다. 그 시를 쓰고 지금의 아내에게 어떻게 주어야 할지, 받고 나서 아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3일 동안을 끙끙거린 적이 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서도 역시 그 당시처럼 심장이 빨라짐을 느낄 수가 있다.
내가 지금의 아내에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약속을 내 처음으로 맹세했기 때문이다. 쓸 줄도 모르는 시를 사랑과 열정은 큰 용기를 갖고 마음씨 고운 아내에게 한없이 가까이 다가서게 만들었다. 가난한 무명(無名) 시인(詩人)이 시를 쓴다는 것은 차라리 거렁뱅이들보다 불쌍한 일입니다. 지금의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거나 다름없고 차운 겨울에 굶어 죽기 딱 안성맞춤입니다.
더욱이 당신은 나의 절대적 가난속에서 그 사이비같은 시 때문에 당신의 꽃다운 젊음을 송두리째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나의 영원한 빈곤속에 당신을 빠뜨리고자 나는 당신을 유혹합니다. 그러나 가난하게 살다가 죽더라도 들판에 이름없는 풀꽃으로 살다가 가더라도 내가 쓰는 시 속에 당신의 고운 마음을 나란히 살게 하고 싶습니다.
저명한 시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보잘 것 없는 시로나마 당신의 고운 마음을 그려내고 사는 것이 저의 큰 소망입니다. 지금 저의 가난은 나를 심히 괴롭게 하는 줄 알면서도 저의 걸어가는 길이 가시밭길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염치없이 나의 가난한 아내가 되어 달라고 청혼합니다.
이렇게도 못난 사내가 감히 당신의 고운 마음을 훔치려 한다면 분명 천벌을 받을 것이지만 나는 그래도 당신을 무지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이 너무나 꼭 필요합니다. 당신 없는 세상에 내 시는 영원한 죽음과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내 모든 시 조차 당신에게 기꺼이 드리고자 합니다.
나의 옆에서 나의 아내가 되어 나의 가난한 마음을 지켜주십시요. 나는 당신의 고운 품속에서만 나의 시를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내 운명적인 가난함을 알면서도 당신에게 평생 버리지 못할 미안함을 알면서도 당신의 고운 마음에 장미꽃 한 송이 드림없이 이렇게 서투른 청혼을 합니다.
사랑을 할 때는 시인이 아닌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나 역시 한 때는 시인이 되어 아내의 고운 마음을 평생 지키고 사는 무명시인이 되고자 했습니다.
내가 내 아내에게 했던 고운 맹세처럼 나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써 흉흉해진 민심과 선거로 인하여 편갈라서기에 안타까움을 가슴으로 듣고 온몸으로 느끼며 반성해 본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약속이라고 나는 다짐해본다. 후손들이 깨끗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으로 한점 부끄러움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하며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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