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의 인내(忍耐)를 시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충격적인 현상이다. 그것은 천안함 침몰과 위장간첩 남파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23일 북한이 금강산 지역 내 우리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한 5개 남한 측 시설을 몰수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 “금강산 지역 내 나머지 남측 부동산(민간 소유)을 동결(凍結)하고 관리 인원을 추방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로써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12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산가족면회소는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을 위해 정부가 550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이다. 입만 열면 ‘민족끼리’를 외치더니 민족의 인도적(人道的) 염원마저 짓밟은 것이다.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합의와 계약을 무시한 북한의 일방적 조치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북한의 발등을 찍게 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북한의 최근 대남(對南) 행보는 이성을 잃었다. 북한의 온라인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김일성 생일 축하 불꽃놀이를 비판한 이명박 대통령을 거명하며 “우리의 존엄을 모독한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며 이제 그것을 직접 맛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몰수 소식을 밝힌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는 천안함 사태를 거론하며 “지금 정세는 금강산관광은 고사하고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일발의 최극단에 와있다”고 주장했다.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자세가 아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를 북한 초병이 사살한 이후 중단됐다. 북한 진상 규명,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조치만 하면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데도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투자보장을 비롯한 남북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북한의 협박에 굴복할 수 없는 노릇이다. 천안함 사태 속에 북의 황장엽 암살 기도까지 드러나 관광사업에 매달릴 만큼 상황이 한가하지도 않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려던 북한 간첩 2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왔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대규모의 동독 탈주자가 서독으로 넘어오자 서독 정부는 국가안보 위해세력의 잠입 여부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동독의 비밀경찰은 물론이고 당시에 존재했던 소련의 KGB 요원,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첩보원까지도 대열 속에 있다가 발각됐다. 이렇게 보면 탈북자의 대열 속에 위장 북한 간첩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불순세력도 가담할 개연성이 있다.
정부는 하루속히 국가적 대책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이번 사건이 선량한 탈북자에게 또 다른 삶의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의 문을 두드릴 북한 주민에게 피해가 되지 않고도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버리고 인간으로서 오직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내려온 그들이 꿈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 한다.
정부는 황장엽씨를 잘 보호해야 한다. 그는 최근 북한 민주화를 위한 활동으로 미국과 일본을 다녀온 까닭이다. “세뇌교육을 받아 제정신을 다 잃어버린 북한 주민들이 정신을 되찾을 수 있도록 민주주의 교양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그를 잘 보호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우선 북한의 일방적 조치가 합의와 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므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 관련 국제기구에 제소하거나 중재를 요청하는 등 국제법적 대응책도 강구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남북관계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 따라 몰수되는 정부 자산은 1천498억원, 동결되는 민간 자산은 3천597억원으로 모두 5천여 억원이다. 그동안 200만명이 금강산을 방문해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의 돈지갑 노릇을 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자해(自害)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인도주의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북은 같은 민족임을 알아야 한다. 당국은 북한의 무도한 협박에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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