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 라는 속담이 있다. 보다 학문적으로 말하자면 환원주의, 즉 각각의 작은 부분에는 전체가 축약되어 있다는 논리이다. 얼핏 보기에는 하찮은 것 작고 사소한 것 잘 드러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고 그 인식으로 인해 기업이나 단체에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된다.
어떤 식당의 화장실이 더럽다면 사람들은 그 식당의 주방에 들어가 보지 않고도 주방의 위생상태에 문제가 있으리라고 확대해석한다. 자연히 고객들의 방문 횟수는 줄어들게 되고 주변에도 이런 사실을 알려 결국 식당을 찾는 고객들은 차츰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제품 문의나 애프터서비스 건으로 어느 회사에 전화를 거는 경우도 생각해 보자.
‘지금은 통화량이 많으니 다시 걸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듣게 되거나 어렵게 연결이 되었다 해도 상담원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는커녕 회사의 원칙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면 그 회사에 대해 나쁜 이미지나 브랜드 이미지는 결국 기업의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월간 애틀랜틱>에 ‘깨진 유리창’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형사행정학 뿐만 아니라 경영학 분야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들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강조한다.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면 절도나 문서 훼손 폭력등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한 대비 역시 미비할 것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보며 건물 주인과 주민들이 이 건물을 포기한 건물로 판단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된다. 깨진 유리창처럼 아주 사소한 기초 질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커다란 사회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2002년 노벨 평화상 후보까지 올랐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994년 시장 취임 직후부터 `무관용(Zero Tolerance)`이라는 목표 아래 지하철 낙서, 허락 없이 차 유리창을 닦은 후 비용 강요, 도심 구걸행위 등 사소해 보이는 범죄 근절에 치안력을 총동원했다. 무려 5년에 걸쳐 지하철 6천여 대의 낙서를 다 지우는 동안 강력범죄 대책은 손 놓고 있다는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사소해 보이는 이런 범죄들이 사라지면서 강력 범죄율이 급격히 떨어져 `범죄의 온상`으로까지 불리던 뉴욕을 미국에서 치안이 가장 뛰어난 도시로 변신시켰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사내 대학에서 미화원들을 대상으로 업무교육을 실시해 쓰레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대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또 미화원들에게 고객 응대 및 인간관계에 관한 3일짜리 별도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공원 이용객이 미화원에게 시설 이용 정보를 물었다가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는 불만을 접한 뒤 이루어진 조치다. 작지만 세심한 조치들이 완벽한 서비스로 이어져 디즈니랜드를 세계 최고의 놀이공원으로 유지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고객의 불만 시정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했던 일본 도시바는 대화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미국 맥도널드는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쏟아지면서 고객에게 3도 화상을 입혀 무려 270만달러의 배상금을 물고 이미지 실추를 감수해야 했다.
국내 기업들도 점차 `디테일은 힘이 세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 보이는 TV 케이스 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조선사는 들끓는 해적으로 골머리를 앓는 해운사를 위해 해적의 선실 침입을 방지하는 선실 디자인을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작지만 강한 ‘디테일의 힘’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오늘날 무한 경쟁에 놓여 있는 기업과 각종 사회단체나 개인이 생존하려면 작은 것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인터넷 시대 고객과 시민의 불만은 이전보다 더 빨리 더 멀리 퍼지고 한번 손상된 이미지는 복구하기가 매우 힘들다. 다행히 복구한다 하더라도 몇 년 안에는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걸린 시간과 노력의 몇 배에 달하는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위기’ 운운하며 분주히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큰 경영 전략이나 비전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기업과 단체를 갉아먹고 있는 사소하나 치명적인 것들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사회의 미래는 전략이나 철학의 부재가 아니라 작고 사소한 문제에 달려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 이다. 시민들의 눈에는 잘 띄지만 정작 업무를 추진하고 기획하는 단체나 기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것들, 간과하기 쉽기에 더 치명적인 작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서 훔쳐온 불을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의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신화속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 인간 생활 속에 불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잘못 사용될 때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화재가 전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나 사전에 예방하기위해 노력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이게 설마 큰불 될까 그게 정말 큰불 된다’ 화재예방 표어를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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