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신임 일본 총리가 3주 만에 양자 차원의 첫 방문으로 한국을 택한 것이다.
10월 9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자리를 빌려 한국 정상과 따로 만날 수 있음에도 굳이 서울을 찾은 것은 미래지향적 ‘신 한·일 관계’에 대한 하토야마 총리의 강한 의지의 반증이라고 본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하토야마 외교가 그의 방한으로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셈이다.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전향적으로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과거사와 관련한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일 한국인의 참정권 문제에 대해 “나는 적극적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싶지만 국민의 정서와 감정이 통일돼 있지 않아 내각에서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인 2010년 일왕의 방한을 요청한 것에 대해선 “고령에다 일정의 문제도 있고, 총리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 하는 등 (여러 복잡한) 환경이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말처럼 과거사 문제를 한번에 속 시원하게 풀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하토야마 정부가 자신들은 과거 자민당 정권과 다르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말만으론 한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과거에도 일본 총리가 일제 과거사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유감을 표시했지만 곧 이어진 일본 정치인의 망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분쟁 등으로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상황이 되풀이 됐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정부가 이런 악순환을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면 한.일 현안 가운데 일부 현안에 대해서만이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액션플랜(행동계획)을 내놓고 실천의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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