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위원회는 국정감사 증인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거나 여야 간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국회 고유의 강력한 수단이다. 이런 국정감사를 수행하는데 증인이 필요하다면 증인 및 참고인은 국회의 부름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다. 국회법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을 소환해 증인석에 세우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다. 그러나 이는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수준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증인으로 채택된 인원은 연평균 2천900여명에 달한다. 작년 국정감사의 경우 정무위 등 8개 상임위에서만 100명이 넘는 기업 및 단체의 대표 등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현재까지 일반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된 경제계 인사가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증인 채택이 국정감사의 효율성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 가이다. 국회의 증인 소환은 그야말로 행정편의주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구잡이식 소환을 남발하고 증인으로 소환된 경제인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질문보다는 호통과 질책, 자신들의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는 그야말로 언론을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무진들보다는 무조건 최고책임자를 불러놓고, 별 의미 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상황을 만들었다. 기업인들에게 증인출석은 단순히 국민을 위해 진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증인출석 요구를 받게 되면 해당 기업인 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도 실추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의 무리한 증인출석요구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불만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제 국정감사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정감사가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업무가 될 수 있도록 증인채택 문제에 있어서도 정치적, 정략적인 접근보다는 효율성 있는 국감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국감이 파행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계속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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