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군사 목적으로 건설된 전남 나주 산포면 공군 비상활주로에서 해마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활주로 주변이 ‘공포의 장(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주민들은 “활주로가 생긴 이후 지금껏 44명이 숨지고, 활주로 폐쇄 이후에도 6명이나 숨졌다”며 야간에도 잘 보이는 바리케이트 설치를 비롯해 농부 외 일반인 출입금지, 비상활주로 용도 해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최근 공군 참모총장에게 활주로 용도해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조만간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도 탄원서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한다.
올들어서만도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더구나 경찰은 이 활주로가 일반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보험처리가 쉽지 않은 점 때문에 대부분 운전자끼리 합의하는 점을 감안, 실제 사고발생 건수는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살인도로임에는 틀림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동안 관계기관들은 무엇을 했기에 꼭 주민들이 나서야 되는 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기히 나주를 비롯해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나주 비상활주로를 살인도로라고 부를 정도로 소문이 파다한 지 30년이 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주민들이 나서서 해결을 할려고 있으니 관계기관들의 무능함이 극치에 도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도 공군과 나주시, 국토해양부, 경찰이 관계자 회의까지 가졌으나, 이렇다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에 아까운 주민들의 목숨만 잃고 있다는 생각은 뒷전인지 궁금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1995년 우회도로 개설 이후 활주로는 공군에서만 독점 사용하고 있는 만큼 국방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려 해도 요구조건이 많아 어렵다”며 “책정된 예산도 없다 보니 표지판도 설치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공군 관계자는 “활주로 양쪽으로 농로 개설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관리권이 아직 넘어오지 않아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들이 이지경이니 대책이 제대로 나올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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