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군사 목적으로 건설된 전남 나주 산포면 공군 비상활주로에서 해마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활주로 주변이 ‘공포의 장(場)’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나 소유권과 사용권이 각기 달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사고 발생 때 보험처리도 어려워 불멘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14일 나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산포 비상활주로 주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만 6~7건에 이르며, 인명피해도 부부 사망자를 포함해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밤 8시께 딸기하우스에 가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활주로 진입로를 지나던 최모씨(59) 부부가 길 옆에 정차된 덤프트럭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는 바람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모두 숨졌다.
경찰은 이 활주로가 일반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보험처리가 쉽지 않은 점 때문에 대부분 운전자끼리 합의하는 점을 감안, 실제 사고발생 건수는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활주로 주변에 깨진 유리와 자동차 파편들이 널브러져 있고, 사고 지점을 표시한 스프레이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 있는 점도 이 곳이 사고다발 장소임을 보여주고 있다. 군데군데 깊게 패인 상처도 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활주로 사고가 끊이질 않는 데는 관리권 부재가 한 몫하고 있다. 현재 이 활주로는 소재지는 나주지만 소유권은 국토해양부 산하 익산국토관리청에, 사용권은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있다. 90년대 중반 폐지된 인근 국도도 이용자들이 끊이질 않고 있음에도 관리권이 이관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활주로가 생긴 이후 지금껏 44명이 숨지고, 활주로 폐쇄 이후에도 6명이나 숨졌다”며 야간에도 잘 보이는 바리케이트 설치를 비롯해 농부 외 일반인 출입금지, 비상활주로 용도 해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공군 참모총장에게 활주로 용도해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조만간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도 탄원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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