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위원회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우리은행장 재직 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같은 금융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낸 책임을 물은 것이다. 우리은행은 결국 1조6200억원을 손실 처리했고, 자본확충펀드에서 1조3000억원을 수혈받아 연명하는 처지가 됐다. 아무리 천재지변에 가까운 세계 금융위기 때문이라 해도 누군가는 경영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 ‘주인 없는 공기업’에다 ‘떠나면 그만’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는 앞으로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확정 된다. 징계가 확정되더라도 황 회장은 KB지주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연임은 어려워 진다. 징계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4년간 다른 금융회사 임원으로 옮길 수도 없다. 은행 최고경영자가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은 1998년과 2001년에도 모두 7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한국 같은 경제규모에서 한 은행이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9조2000억원의 국민 혈세를 집어삼킨 경우는 세계에 흔치 않을 것이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과연 황 회장 한 사람뿐일까. 2007년 7월 당시 경제부총리는 은행장 간담회에서 “대출경쟁에만 매달리지 말고 투자은행(IB) 업무를 확대하고 해외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허브회의에서 부채담보부증권과 신용부도스와프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모델로 제시한 일도 있다.
또 2007년 5~6월 우리은행을 종합검사한 금감원도, 우리은행 대주주로서 분기마다 경영실적을 점검해온 예금보험공사도 ‘경영의 책임’과 함께 ‘감독의 책임’도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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