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40년 동안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성취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것이 어느 누구든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5·16군사정변 이후 약 30년간 역대 군사정권하에서 납치·테러·사형선고·투옥·망명·가택연금 등의 온갖 고초와 함께 죽음의 고비까지 넘기고 15대 대통령을 역임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삶은 늘 인동초에 비유되어 왔었다.
야당 총재시절 광주묘역을 찾았을 때 “나는 혹독했던 정치 겨울동안 강인한 덩굴 풀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한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인생역정을 인동덩굴에 비유한데서 유래가 되었다.
혹독한 겨울을 꿋꿋이 이겨내고 척박한 땅에서도 푸른 잎을 내어 놓고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뿜어내는 인동초가 김전대통령의 삶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3김 시대라 할 만큼 영욕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목 정치인으로서 한국인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 커다란 족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 물론 대북정책, 지역주의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들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는 항상 장기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전에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을 국민이 맹렬히 비판해도, 확신을 가지고 오랫동안 추구했던 이 정책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매번 이렇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나아갔다.
요즘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곧은 심지와 정치적 신념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가는 정치인을 만나기가 어렵다. 당리당약에 야합하고, 인기에 영합해 그저 명예와 권력욕에만 눈이 먼 그런 철새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처럼 강인한 생명력과 소신을 가진 시대의 인동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 곁에 오래토록 남아 이시대의 등불이 되어줄 줄 알았는데 인동꽃이 지듯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고 말았다. 비록 꽃은 졌지만, 국민들의 추모열기로 꽃 피울 피워갈 인동초 김대중. 파란만장했던 한국현대사의 중심에서 역정의 삶을 살았던 김대중.
이젠 고인 특유의 천진한 미소도 육성도 들을 수 없지만 대한민국과 국민은 그분이 남기고 간 사상과 철학,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평화적 통일을 위한 위대한 업적과 열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인동잎이 그 혹독한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듯이 우리 곁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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