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개헌검토의 필요성과 선거제도·행정구역 개편을 제안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대선·총선·지방선거에 재·보선까지 선거가 너무 잦아 과도한 정치·사회적 비용이 지출되어 왔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특정지역 ‘싹쓸이’ 제도여서 지역감정 해소에 역행한다.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시·군·구 행정구역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행정의 효율만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렇듯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런 제안은 국가의 틀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여서 보다 신중하고 종합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정치권이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정수를 지금의 299명 보다 더 늘리기는 어렵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도입할 경우 지역구 의원 수가 줄어들 공산이 크고 기존 정치인 과 정당들 사이에 득실이 얽혀 조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구가 많은 영남권에서 선거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 가능성 때문에 특히 한나라당이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작업은 대개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시간에 쫓기며 졸속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음 선거인 2012년 4월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여야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보다 앞서 서둘러야 할 일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이다. 개편된 행정구역에 따라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필요한 입법을 완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도 노태우 정부 이래 역대 정부와 정치권에서 많은 연구와 오랜 논의를 해온 만큼 정치적 선택과 결단이 가장 중요한 단계로 남아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요지부동의 지역감정이나, 비효율적인 행정구역을 방치하고선 우리나라가 선진화의 길로 도저히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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