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일에 걸친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결국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결판이 났다. 경호권이 발동된 가운데 열린 본회의에서 신문법과 방송법, 인터넷 방송법 등 3개 법안과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뒤엉켜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추태는 어김없이 재연되었다.
지난 12월 미디어법이 발의되었을 때 내세웠던 미디어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기조는 수정안에서 대폭 훼손되었다. 이 같은 법마저 오늘 국회가 보여준 아수라장에서 통과되게 한 여당은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갈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또한 민주당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민주당은 줄곧 대안 없는 반대만을 외쳐왔다.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이익집단과 일부 시민단체에 끌려다니며 국회의원의 본분,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국회의원이 극단적인 이익집단의 하수인처럼 움직이며 국회에서의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방해하는 소수의 횡포, 소수의 만용을 보여주었다. 미디어법에 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합의처리하자며 시간을 끌어오다가 그 기구를 박차고 나간 행태 역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식의 야당이 존재한다면 무엇 때문에 선거가 있으며 그 결과 다수당이 된 들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문성에 입각한, 이해대립을 조정하는 합리적 논의들을 배제하고 민주, 공영, 공정 등 미사여구로 치장된 선전과 구호만 나열했던 민주당이 오늘날 직권상정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책임의 중심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8대 국회가 이제라도 국회 본연의 기능과 국회의원의 본분에 대해 상기해 주길 바란다. 협상과 타협, 그리고 책임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실종된 국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요, 이 기본을 지키는 보루가 국회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하루 빨리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의 범주내로 들어와야 한다. 희망 없는 국회에 가해질 국민의 선택은 그들에게 위임한 권한을 되찾아 오는 수단의 강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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