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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2009년07월15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행복은 소득 순이 아니다. 영국의 뉴이코노믹스파운데이션이 4일 행복지구지수(HPI)를 발표했다. 예상과는 달리 중남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가 76.1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도미니카, 자메이카, 과테말라, 베트남이 뒤를 이었고, 미국은 114위, 한국은 68위를 기록했다.
2006년 첫 선을 보인 이 지수는 물질적 기준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국내총생산(GDP) 개념에서 벗어나 기대수명과 행복감, 생태적 척도 등 3가지 기준으로 삶의 질을 평가했다. 보고서는 ‘서구의 도전은 소득 증대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더욱 의미있는 삶과 강한 사회적 연대를 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퍽 의미 있는 변화이며 올바른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보도를 접하는 순간 60년대 우리가 가난했지만 오순도순 공동체를 이루며 행복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 가면서 글씨를 썼고, 종이가 없어서 시멘트 종이에 글씨를 썼지만 전혀 불행하지 않았다. 가방이 없어서 책보에 책을 말아 허리에 메고 다녔고, 책상도 없어서 판자 책상에 여럿이 걸터앉아 공부를 했어도 행복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때보다 소득이 200배나 오른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와 배금사상에 젖어 있고, 돈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어 큰 차를 사고 평수가 넓은 아파트를 갖는 것이 성공의 바로미터가 되어 버렸다. 어른들도 만나면 ‘집이라도 장만했는가?’가 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너무 많고,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지식은 돈으로 살 수 있어도 지혜는 돈으로 살 수 없고, 명품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멋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정보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으며, 보석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보물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선물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고, 화장품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매력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저택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마음의 안식처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중국에서 ‘마지막 석학’, ‘인간 국보’로 추앙 받는 지셴린 베이징대 부총장이 11일 타계했다고 한다. 지센린 교수는 중국 정관계나 학계에서 ‘난더후트’의 경지에 오른 대표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12개 언어를 구사하는 천재인 그는 황갈색 누더기 옷과 가방을 낀 노동자 행색으로 캠퍼스를 누볐다. ‘난더후트’란 ‘어수룩하게 보이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뜻이다. 잘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어수룩하게 행동하는 것은 수양의 최고 경지이기 때문이다. 이 노스승의 경지를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에 오시면 송암댁네 김치는 왜 이리 맛이 있냐고 야단들이셨다. 고구마만 쪄도 송암댁네 것이 더 맛이 있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할머니는 솜씨가 있는 분이셨다. 무나 배추는 돈으로 살 수 있어도 할머니의 솜씨나 우리 집 전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10여 명의 친구만 있어도 인생을 멋지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관포지교나 지음의 경지에 이른 백아와 종자기의 우정이 아니더라도 친구는 친구의 인생을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참다운 우정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검정고무신에서 유비쿼터스까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들어오면서 우리는 풍요를 누리며 충분히 먹고 살만큼 잘 산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짧은 시간 동안에 구할 수 있고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긴 시간 동안의 노력과 바람과 정성어린 기도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쓸모없는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행복을 준다는 것을 느끼며 TV안보기, 에어콘 안켜기, 자동차 안 타고 걷기, 채소 많이 먹기 등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명의 이기는 몸에는 편리해서 좋으나 마음에는 불편함을 주는 때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어린이들에게 느림과 비움도 가르치고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도 보고 가라고 가르치자. 멈추지 않고 채우려 함은 차라리 그침만 못할 수도 있다고 가르치자. 거두어 들이려고 하면 반드시 베풀어야 하고 빼앗고자 하면 반드시 줘야한다는 것도 가르치자. 만족할 줄 모르는 것만큼 큰 화가 없고 욕심을 내어 얻고자 하는 것만큼 큰 허물은 없다는 것도 가르치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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