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유명 메디컬빌딩측이 신축건물 예정부지에 폐콘크리트와 폐유 등이 다량으로 매립돼 심각한 하자를 안고 있다며 땅을 판 거대 공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 승소했다.
공기업측은 하자담보 면제특약을 내세워 “폐기물 처분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신의성실에 어긋나고,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 조항”이라며 특약 무효 판결을 내렸다.
광주지법 민사22단독 김도근 판사는 23일 광주 모 메디컬빌딩 운영업체인 M사가 한국토지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전체 폐기물처리비용의 80%인 6천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토공이 비축토지를 매각하면서 ‘지하의 폐기물 및 폐토사, 문화재 등의 존재를 이유로 하자 담보책임을 묻지않기로 한다’는 특약을 맺은 점은 인정되지만 이는 현행 약관규제법상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으로 추정되며, ‘상당한 이유’도 없이 사업자의 담보책임을 배제 또는 제한하는 약관에 해당되는 만큼 무효”라고 밝혔다.
또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게 공정을 잃은 조항은 무효”라는 약관규제법 관련 규정과 대법원 판례도 함께 곁들였다.
특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주장을 뒤엎을만한 사정, 예컨대 매수인측이 토지를 시가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구입했다거나 토지의 하자를 이미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구입했다는 식의 ‘특별한 사정’이 입증돼야 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역시 계약체결 전 해당 토지의 성질과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피고측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이번 판결은 토지매매 이후 ‘하자 토지’에 대한 크고 작은 민원에 대비해 토공측이 고육지책으로 마련해둔 면책 특약을 무효화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M사는 지난 2007년 5월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의 의료복합 상가를 지을 목적으로 토공으로부터 비축토지 2천148㎡를 49억원에 구입했으나, 이후 터파기과정에서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근, 폐유 등이 다량 발견되면서 불가피하게 공사를 중단했다.
M사와 토공은 논쟁 끝에 지난해 6월 쌍방 입회하에 폐기물 처리공사를 수행키로 합의하고 두달만에 폐기물 반출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토공측은 ‘계약 후 발생한 토지 하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약관을 이유로 폐기물 처리비용에 뒷짐을 졌고, 이에 M사는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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