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한상률 전 청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비판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린 전남 나주세무서 김모씨(47)에 대해 광주국세청이 파면결정을 내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 제공자가 우리의 수장(한상률 전 청장)이다”며 “국세청 수뇌부는 왜 태광실업을 조사하게 됐고, 왜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했는지,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고, 직보를 한 후에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이 글로 인해 지난 12일 광주국세청 징계위원회로부터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제63조), 국세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23조 위반을 적용한 것이다. 앞서 8일에는 김씨를 직위해제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김씨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내부고발자 보호 차원의 인권위 제소를 검토하는 등 적극 반발하고 있다.
엄연한 내부고발을 너무 과잉반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의 의미를 포함한다는 심리적인 표현방법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김씨가 인터넷 통신망 등을 여기저기 이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목적으로 고발을 했다면 문제는 다르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내부 통신망을 이용해 국세청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광주국세청은 김씨를 강경한 파면으로 대응해 의혹만 증폭하고 있다. 의혹 해소의 노력도 없이 강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국민의 신뢰만이 정치로부터 자유롭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세무조사 무마 압력 등 각종 외압에 시달리지 않는 방법도 국민의 신뢰가 있음으로써 수월해진다. 의혹을 덮으려는 것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김씨의 강경파면 중징계는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징계권 남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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