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에 40년을 헌신하며 교수학습자료 개발을 위하여 애써왔다. 그 시기를 ‘기초학습자료 제작시기’, ‘자석판자료 제작시기’, ‘도서관자료 탐색기’, ‘TP자료 활용시기’, ‘유비쿼터스자료 개발시기’로 나누고 보니 교수학습자료 역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것이 한 눈에 보인다. 교수학습자료의 변화와 발전에 발맞추어 초등교육 역시 변화, 발전한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초학습자료 제작시기’는 모교인 월야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초임시기로 학교에 자료실은 있으나 궤도자료 외에는 변변한 자료가 없던 시절이었다. 전자석 자료가 없어 직접 양동시장 오복상회에 가서 에나멜선과 못을 사고 불에 달구어 연철로 만든 후 에나멜선을 70cm 정도로 잘라 피복을 벗기고 못에 감아 전자석을 만들곤 하였다. 만들어진 전자석에 곤충 핀이 30개 정도 붙을 때 아이들이 환성을 지르던 때가 선하다. 기초학습자료를 많이 제작했던 시기이다.
‘자석판자료 제작시기’는 광주광역시 교육청 지정 1학년 수업연구학교를 지정받아 운영했던 월산초등학교 재직시이다. 그 때 연구주임을 맡고 있었는데 중책을 맡은 나는 교육대학교 조계천 교수님께 가서 자문을 구하곤 했다.
하루는 교수님 연구실에 전시된 수학과 자석칠판 조작자료를 보게 되었는데 순간 힌트를 얻어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자석판자료의 활용’이라는 주제를 걸고 자료 개발과 제작에 골몰하였다. 그때 13만점 정도를 만들었는데 어찌나 강행군이었던지 학년주임이 과로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순차적으로 제시가 가능하고 오버랩을 시킬 수 있으며 1학년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발견학습을 가능하게 한 것이 큰 성과였다. 청계천까지 가서 자석을 사오고 자석칠판을 만들며 벤도를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 후 광주 시내 학교의 칠판은 점차 자석 칠판으로 교체되었다.
‘도서관자료 탐색기’는 80년대 서석초등학교에서 연구주임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학력향상을 위한 도서관자료 활용’이라는 주제를 해결하면서 교과교육에서 교과관련 도서를 꼭 읽어야 학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학교 운영결과 교과관련도서를 구입하려면 한 권의 책을 20권 정도는 구입해야 독서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도서관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료를 확충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했던 일이 엊그제 같다.
‘TP자료 활용시기’는 광주광역시 교육청에서 모든 교과 TP자료를 만들어 주면서 반 강제로 사용할 것을 권하는 교단 선진화의 일환이었다. 참 좋은 자료였으나 모든 교과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우리 교육이 분필교육에서 탈출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언어자료와 더불어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올리는데 일조하였다.
‘유비쿼터스자료 개발시기’는 교과교육에서 어린이들의 지식습득 과정이 교과의 특질에 따라 다르고, 우리가 자료를 개발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데 착안하여 고민한 시기다. 송학초등학교에서 계속 생각하던 것을 금당초등학교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다행히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을 잘 만나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한 교실을 운영하는데도 예산이 너무 많이 들고 선생님은 너무나 고생을 많이 해야 유비쿼터스 수업이 가능했다.
또 아이들은 언어능력은 물론 디지털리터러시 즉, 파워포인트와 디지털 카메라 조작 능력까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미래 꿈의 수업을 시도해서 성공한 점과 유비쿼터스 수업 가능성을 먼저 제시했다는데 큰 위안으로 삼았다.
달걀칠판에서 유비쿼터스까지 시대 순으로 자료를 개발하고 활용하면서 얻은 최종 결론은 ‘제일 좋은 자료는 없지만 최적의 자료는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교과보다는 목표별로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자료는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어린이에게 필요한 언어능력이나 정보 활용 능력 그리고 독서력 등 가장 중요한 기초기본학력향상을 그동안 많이 간과했다는 것도 되새겼다.
우리 선생님들도 내가 걸어 온 길과 같이 분골쇄신하셨다. 새 교육의 길을 내기 위해 온 몸을 바치셨다. 그리하여 교실수업을 바꾸어 오늘의 반석위에 올려놓으셨다.
지금도 우리는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문을 받는다. 또 그 주문에 맞추어 교육개혁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본질을 도외시한 교육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 선생님들이 함께 자료를 만들어 교실수업을 바꾸었듯이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해야 한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