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실질임금 증가율이 10여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율이 1분기 2.3%에서 2분기 1.6%로 줄더니 3분기에는 -2.9%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4분기에는 임금 사정이 더 악화되고, 하강속도도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
한은은 내년에는 실질임금이 연간기준으로도 마이너스로 전망한다. 취업 근로자들의 임금 사정이 이럴진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따라 실업자가 늘고 취업자가 준다면 전체 근로자의 총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구매력은 더 떨어질 게 뻔하다. 실질임금 감소는 경제전반에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가구소득 감소→가계부실 확대→내수 위축→경기불황 지속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임금 사정이 악화돼 4분기 임금조사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는 노동부 관계자의 말은 근로자들이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를 한마디로 웅변해 준다.
문제는 임금 사정이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자동차·건설·조선·전자 등 어느 업계 할 것 없이 언제 생산라인이 멈출지 모른다. 임금지급 불능 업체가 얼마나 더 속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나마 근근이 꾸려오던 가계의 부채는 더 늘 수밖에 없다. 이미 가계 부채는 가구당 4천만원을 넘어섰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갈수록 상승한다. 임금 감소폭이 늘고 담보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면 가계 부실은 피할 길이 없다.
말할 것도 없이 임금 감소의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 서민이다.
그동안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방안을 수차례 내놓았지만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다 더 과감하고 획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임금체불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는 물론 부도기업 근로자들의 퇴직금 지급과 생계자금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임금 감소로 고통을 받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정책배려가 최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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