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이 부당하게 올려받은 의정비를 지역 주민의 힘으로 되찾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금천, 도봉, 양천구민 14명이 구의원에게 과다하게 지급된 의정비를 돌려받으라며 각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주민 손을 들어줬다. 의정비 인상을 위한 주민 여론조사를 조작해 의정비를 편법 인상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법한 재무·회계 처리에 대해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주민소송제’ 시행 3년 만의 첫 결실이다.
이는 주민들이 지방의원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제동을 건 성공 사례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계기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감시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지방자치 행정의 민주화와 효율화를 촉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부당 의정비 환수 주민소송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만 해도 전국 기초의원 의정비가 평균 36% 인상됐다. 이는 법과 지침을 어기고 지방의원 멋대로 의정비를 올린 곳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지방의원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지방자치단체에 압력을 넣어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놀러가는 해외 출장이 이어진다. 심지어 의장 선거 과정에서 돈 봉투를 돌리고 술 접대, 성(性) 접대를 한 경우도 있었다. 작년 2월 서울 강북구 의원들은 의정비 인상분을 반납하고 인하하는 운동을 펼친 동료 의원을 ‘혼자만 잘난 체한다’면서 제명하려다 주민 항의로 무산된 적도 있다.
지방의회의 예산 낭비와 비리는 주민의 손으로 바로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주민감사 청구, 주민투표, 주민소송 같은 합법적 견제 수단을 활용해 탈선과 비리로 얼룩진 지방자치를 바로잡는 데 지역 주민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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