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교향악단(단장 구자범)이 28일 오후 광주교도소에서 재소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클래식 공연을 하고 있다.
클래식 선율이 삭막한 교도소 담장을 타고 흘렀다. 클래식의 부드럽고 때로는 격정적인 음율에 굳어있던 수형자들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광주시립교향악단(단장 구자범)이 28일 오후 최초로 광주교도소에서 수형자를 위한 클래식 공연을 가졌다.
그동안 광주교도소에서 국악공연이나 연예인 초청 문화행사 등이 열렸으나 대규모 교향악단이 찾아와 연주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른색과 감색 수의를 입은 수형자 300여명은 광주교도소 강당에서 구자범 단장이 이끄는 광주시향의 첫번째 연주곡 차이콥스키의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목관 파트의 코랄 풍 서주로 시작해 16분음표의 강한 리듬과 심벌즈의 강타에 이어 다시 목관의 부드러운 하모니와 바이올린의 선율로 마무리돼 수형자들의 마음까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이어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제1번’과 브루흐의 ‘신의날’, 마지막으로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이 무대를 장식했다.
수형자들은 1시간여 동안 이어진 클래식 공연에서 악장이 끝날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광주시향은 이날 공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국민적 애도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경쾌한 음악 2곡을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
이날 공연을 지휘한 구 단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해 공연을 연기할까 고민했지만 교도소라는 장소적 특성상 예정대로 진행했다”며 “단원들이 의식을 갖고 찾아가는 공연에 함께해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구 단장은 “공연은 장소에 상관없이 어떤 경우라도 모두 중요하다”며 “비록 교도소 내의 음향시설이 열악하지만 이곳에 맞춰 공연하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구 단장은 “앞으로도 시립교향악단의 공공성을 위해 교도소와 이주노동자,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며 “공연을 듣는 관객 한명이라도 내용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 당시 구 단장은 “문화적 소외계층을 위해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춰 찾아가는 연주회를 갖겠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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