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길 일이다. 앞서가던 차량이 서행을 하는가 싶더니 차선 경계선을 타고 진행하다 방향지시등도 없이 갑자기 1차선으로 끼어든다. 뒤따르던 차량들이 깜짝 놀라 급정거를 한다.
화가 나서 경적을 울리고 어떤 이는 창문을 열어 소리를 질러보지만 그 운전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가버린다. 옆을 따라가면서 쳐다보니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정신없이 통화중이다.
주위 차량들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의식할 겨를이 없는 듯 보였다. 왠만한 운전자라면 한두 번 겪어봤을 상황일 것이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그 운전자가 계속해서 그런 운전습관을 갖는다면 언젠가 큰 일(?)을 내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된다.
위반인 줄 알면서도 운전 중에 휴대폰에 손이 가는 건 아마도 “휴대폰 사용하는 게 무슨 큰 위반이라도 되나, 그게 사고랑 무슨 상관이 있나, 얼마든지 사고나지 않게 운전할 수 있다”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 지 모르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의하면 휴대전화 발신하면서 운전하면 혈중알콜농도 0.05% 음주상태에서 운전할 때보다 정지거리가 26.6m 길어진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호기 준수여부를 테스트한 결과 신호변경에 반응 없이 그대로 통과했다고 하니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은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면 운전에 필요한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다른 차선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적색신호로 바뀌었음에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신호를 받고 진행하는데 반대편 차량이 신호를 의식하지 못하고 자신을 향해 달려든다면, 혹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느라 횡단보도가 있는 것도 모른체 그대로 진행하다가 차량이 당연히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설 것을 굳게 믿고 건너던 보행자가 당할 일을 상상하면 아찔하다. 실제 이런 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신 또는 소중한 가족이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휴대전화가 현대인의 필수품이긴 하나 운전 중일 때 만큼은 가급적 받지 말아야겠다.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할 상황이라면 안전한 곳에 정차시켜서 통화를 해야 된다. 급한 전화일수록 주의를 뺏기기 쉽고 그 만큼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 특성상 운전 중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면 평소 핸즈프리를 이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조금 귀찮다고 소홀히 했다가 아차 하는 순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연중 단속은 이뤄지지만 특히 이번 4월 한 달은 운전 중 휴대폰사용 집중 계도 단속 기간이다. 최근 느슨해진 법규 준수율과 높은 사고율의 원인이 되는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단속을 떠나 교통사고율을 줄이고 보다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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